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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l 02. 2024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  나는 옛 소싯적 너를 아는 소년의 마음이 되어 너의 곁으로 간다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  나는 옛 소싯적 너를 아는 소년의 마음이 되어 너의 곁으로 간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하늘에서 비가 내려와

내 마음을 적신다


이 비를 맞으면

처절하게 울어야 한다


저녁에 맹꽁이들의 습격과

논 밭에 개구리의 떼창 소리는

에게는 슬픔을 잃게 한

지옥의 아수라 소리다


이 비를 맞으면

그대 떠난 날 아픔이 상기되듯

슬픈 상처는 씻어낼 수 있을까


오늘같이 장대비가 내리던 날

나는 우산 없이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다


내리는 빗줄기에

다리 감각 없이 차오르는

빗줄기의 채찍질을

이내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맞을라치면

나는 지난 징검다리 건너던

옛 소싯적 소년의 마음 되고


바다에 내리는

비를 맞을라치면

하늘이 우산이 되어준 나에게

눈물의 바다를 포용한

파도의 사랑을 일깨워준

소녀의 마음이 된다


그리고 오늘 밤 나는

너를 꿈꾸며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가

내 귓가에 달콤한 은어가 되어


조용히 스며든

까치발의 촉촉한 빗물은

네 입술의 어린 순정의 마음을

살포시 포개며 녹여온


2024.7.2  청계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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