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계
비(덕수궁을 거닐며)
- 사계
시. 갈대의 철학
봄비
새록새록 아기 잠들듯
아프지 않아
따사롭고 보드랗고 촉촉해
여름 비
쏴아아 아아 쏴아아 아아
양철 지붕
양철통 깡통 되네
동네방네 가위 손질에
엿장수 신명 나게 엿 치고
우르르 쾅쾅 우르르 쾅쾅
우레 천둥소리
가끔 오페라 유령처럼
깜짝깜짝 놀 리키는 선수라
박수갈채에 또 놀라
번쩍 번쩍 섬뜩 섬뜩
뇌우질 분탕소리
따꼼따꼼 아파와
마음 한구석
쓰라린 가슴 쓸어내리고
드르렁 드르렁
뿌드 렁 뿌드 렁
아버지 술안주 베개 삼아
코 고는 천둥소리인지
분간이 안가
아버지 코 고는 소리
엄니 몰래 뒤척임에
빗장 잠금 되네
가을비
쓸쓸하고 외롭다
너에게 내리면 이슬이 되고
나에게 내리면
너에게 우산이 된다
간간히 떨어지는
낙엽 사이로 내리는 비는
우리 사랑 갈팡질팡 감추고
겨울비
찬바람 불면
어쩌다 내리다 마는
겨울바람 타고
뜨겁던 여름 한쪽 가슴을
차갑게 비수에 꽂힌 듯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