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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Dec 15. 2024

동면(冬眠)

- 잠시 잠들다

동면(冬眠)

- 잠시 잠들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는 살아가는 동안

이렇게 살리라


천상의 거울 하늘 아래

떠가는 구름 한 점을 따다

밤하늘 휘영찬 밝은 달빛에

갑옷을 두르고


밤하늘 별빛 쏟아지듯

빗발쳐 내리는 화살을 

피하지도 않으리


또한 아픔이 

뼛속까지 밀려와

태양빛에 뼈가 녹아들고

흘러내린 핏물이 고여

쇳물을 녹여 주물을 만들어


사랑했던 마음도

미워했던 마음도

모두 부질없는

바람과 같은 마음이 되어

한 조각의 어느 이름 모를

화석이 되어 살아가리라


태산같이 높고 높은  

마음의 창이 되고

바다처럼 깊고 깊은

마음의 방패가 되어

하늘처럼 넓고 넓은

마음의 신화가 되어가리라


한 줌의 흙이 되어가는

이곳에 뿌리를 내려

나의 영혼과

나의 사랑과

나의  희망을 심어놓아


아직도 시들지 않는 꽃이

그댈 위해 못다 부른 노래가 되어

청춘의 못다 이룬 꿈으로

다시 태어나리라


불어오는 바람 식어버린

마음의 흔적들이 

인장 되고 낙관이 되어


내 삶의 이정표가 되어가듯

묵언의 침묵을 따르리라


내리는 빗줄기 세례

나의 오랜

마음의 찌든 때 또한

씻어갈 것이며


살을 파헤치며

파고들어 오는

좀비 같은 구더기 무리들이

바글바글 거리며

내 마음의 영혼까지

빨아들이고 구멍이 나더라도


폭풍우 치는 바다와 맞서

모든 것들이

일순간에 부서지며 사라지는

포말과 같은

인생이 되어가더라도


뭇 바람에 마지막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떨어지지 않을 낙엽과 함께

동면에 들어

잠시 잠을 청하며 쉬어가리라


2024.12.12 새들의 잔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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