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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의바람꽃

- 덧없는 사랑

by 갈대의 철학

꿩의바람꽃

- 덧없는 사랑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봄바람 타고

계곡 길 한 기슭에

피어난 꿩의바람꽃


이고개 저 고개 넘지 못해

사랑의 발자국 남겨

꿩의바람꽃 피웠네




너는 한 떨기 백합 보다

곱고 청순하다


나는 그러한

너의 청순함 앞에서

속세의 때를 털어낸다


너는 한 떨기 목련 보다

순수하고 순백하다


봄바람 타고

한 고개 넘어 넘어서

겨우 도착한 곳이

내 지난겨울에 피어난

눈꽃 아래 남겨진


하얗디 하얀 드넓은 평원의

설원의 첫 발자국이 그려진

너의 사랑의 발자국이

나의 첫사랑의 발자취였네


너는 어느 늦가을 날

흔들리는 갈대처럼

큰바람 불어와도

흔들릴 마음이 아니었기에


작은 옷매무시 가다듬듯

흐트러짐이 없이


어머니의 단아하고 단정한

맵시 있는 옷고름의 매듭짓는

순수함의 결정체


그러한 나는 너를

해마다 봄이 오는

그리움이 지고 기다려지는

안산의 언덕에 서서


살갑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겨워

스르륵 잠이 들어

따가운 봄 햇살에 눈을

살포시 떠보니


청허 한 하늘에 떠돌다 흘러가는

미더운 구름 한 점에

눈물짓다 흘러내린

눈물 한 점 떨어진 곳에


언제나 그곳에

해마다 봄이 오면

아지랑이 피어나듯이

삐쭉 내민


꿩의바람꽃이 반갑게

나를 바라보며

세상에 끝없는 사랑은 있어도

덧없는 사랑이 되어가지 말라

전해 주고 떠나갔네


2025.4.7 청계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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