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원창
- 아리랑 물길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굽이 굽이 굽이치는
저 물길은 어디서 떠나오고
사뿐사뿐 흐르는
저 강물은
또한 어디서 흘러왔을까?
대동맥의 젖줄이여
깨어나라
일어나라
물결쳐라
굽이치는 아리랑 물길 따라
떠나온 사연에
덧글은 무슨 소용이요
여러 강줄기 합수되어
떠나온 이 길에
어떻게 떠나왔냐고 물어본들
너와의 만남은
언제나 고요하다
강물은 말없이
유유히 흐르고 흘러
어느 눈곱만큼의 사랑도
이별 앞에서 큰 강이 되는구나
한 번 떠나간 사랑은
흐르는 강물처럼
멈출 수야 없겠지만은
그래도 나는 멈추리
멈추리다
그 길이 아무리 험난할지라도
아리랑 뱃길 뱃사공 되어
한 맺힌 이 강물에 닻을 내리듯
한 겨레의 한 얼에
뿌리를 내리리다
사랑도 좋다마는
이별 앞에 흐르는 강물도
그대 눈물만큼이야 하겠소만
허어가~
나들목의 뱃사공이여
그곳을 무심코 지나치거든
한없이 강물을 바라보다
슬픈 넋의 위로를 해다오
그대 사랑만큼
저 강물을 담으리까?
그대 이별만큼
저 강물을 흘리리이까?
저 많은 물을
어찌 다 담고
어찌 다 떠나보내오
저 많은 물길을
어찌 다 다 담으면
떠난 사랑 앞에
뭍에 사랑이 되오리까?
2025.7.6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는 흥원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