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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 난 마음

- 하늘에 구멍 난 사랑

by 갈대의 철학

하늘에 구멍 난 마음
- 하늘에 구멍 난 사랑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총알이 빗발치듯

떨어지는 전쟁터에
어느 폐가의 지붕 천정 아래는

총알받이 된 듯

사랑도 떠나가고 피난 가듯

떨어지는 빗물에

모두 식어가나 싶더니


이리저리 피해 다니느라

곳곳에 아수라장 되어버린

젖어버린 방구석 한편엔


피 대신 떨어지는 빗방울을 담은

그릇과 양동이들의 떨어지는 빗소리는

하모니 멜로디 되어 들려오는 소리들


밤샘 총탄 소리

폭탄과 굉음 소리에 시름하는

소리에 놀라 가위눌리듯

잠 못 이루는 달 없는 밤에

별이 잠든 어느 여름날은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갔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옛적에


그해 여름날

장대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내리는 빗줄기에 소스라 치듯

놀라 어쩔 줄 모르는

산속의 보금자리 떠나와


산짐승조차 갈 곳 잃어버린

어느 마을 어귀에 다다라

함께 지새운 밤은

고독한 방랑자의 고뇌에 찬 머리에

밤이슬이 내려 적신다


그날에 내리는 비는

노아의 방주


수마가 휩쓸고 간 마을은

흔적조차 없이 온데간데없네


언제 그랬냐 듯이

그 자리 그곳에는

아픔을 치유하듯 대신하여

이듬해 따뜻한 봄날

새살 돋듯 꽃이 피고 지고 피고


그날에

집 잃어버린 가족의

하늘에 구멍 난 마음은


집 없이 폐가에서 지새운

여름 달밤의 은하수 바라보며

지붕에서 수십 방울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이


마치 전장에서

총알을 피하듯 떨어질 테면

구멍 난 지붕 아래에는

찬란한 유성이 밤하늘의 길을 안내하듯

하늘에 구멍 난 사랑에도 떨어져

떠나간 사랑을 다시 불태운다


그때는

나의 사랑하는 부모님

아프신 몸도 편치 못하시고

괜찮다고 하시 더이다


그때가 행복했었노라고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

아름다운 밤이었다고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슬픈 날이었지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구멍 난 사랑에 메꿈 해준

또 다른 사랑의 가치를

알고 깨닫게 되었 노라고


나의 사랑하는 부모님

나의 가족들

행복한 순간들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는 것을


여름 그날이 다시 오는 날

예전에도 그리 하였던 것처럼

언저리 제 너머 걸어오는 이에게

돌아오지 못할 강은

건너지 말라 손짓을 건네주네


2025.7.22.126번째 헌혈 하던 날

2025.7.19 두물머리 세미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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