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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사랑

- 디지털 사랑

by 갈대의 철학
바닷가 모래 위.윤연선

아날로그 사랑

- 디지털 사랑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요즘 시대

나에겐 디지털 사랑보다

아날로그 사랑이 더욱 필요해




꼬기꼬기 접어둔

못다 한 마음

못다 쓴 손 편지 한 장


잉크 찍어 쓰인

마지막 편지지 모서리에

번진 마음은 지울 수가 없었지


다시 쓸까 말까

고민 고민

이번엔

연필로 다시 쓴 편지


지우다 말다

쓰다 다시 지우다


너에 대한

애절한 간절함이 묻어난


그 옛날 네게서 건네준

책갈피 네 잎 클로버를 바라보고

눈물짓던 아쉬움의 흔적들

더 이상 쓸 수가 없었어

추억은 회상이 되어갔고

그 옛날 희망편지 우체통에

넣어둔 느린 우체통은


온데간데 소식 없이

갈바람 불어오는 서쪽하늘에

지는 석양 노을빛에 물든


지난 청춘을 대신할

위로한 마음이

너에게로 쓴 편지가 전부였네

스마트 폰 없던

그 옛날에 너와 나


그때는 고작

너에게로 향한 마음의 소식이

하루가 한 달이 되어가고

한 달이 일 년이 되어갔었지


비 오는 날

공중전화 부스대 안에서

빗소리에 울먹였던

가늘게 떨린 네 목소리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었어


그때의 마음

그때의 사랑은

그리움은 비가 되어 내리고

기다림은 눈물이 되어 내렸지


더 이상의 말 못 할 사연은

언제나 미완성의 사랑으로

우리에게

남아있었던 거야


전화기가

마치 일방통행이 되어가듯이

우리의 마음과 사랑은

늘 이런 식으로 끝이었어


노랫말 가사의 되돌이표처럼

너의 음성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고 돌았고


언제 누가

전화기의 음성이 들릴 듯 말듯이

서로가 끊어진 줄도 모른 채

마지막 동아줄에 매달려야 하듯

고래고래 소리 내어

불러 외쳐 보지만


전화기 끊긴 너머

너의 숨결 끝에는


아직도 온전히 남은

너의 식지 않은 체온의 사랑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어


이제는 잊혀 얼룩진
그날에 정든 사진 한 장이


우리의 모든 것을

대신해 주고

대변해 줄 것만 같았던

오랜 빛바랜 앨범들에

자욱이 쌓여간 먼지들


그 순간까지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너에게로

가고 있었던 거야

지금은 디지털 세상

손끝 하나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이어진 세상


그래도 지난날

너와의 추억은


아직도 못다 푼

엉켜진 실타래의 매듭을

풀지도 못한 채


회상에 젖어들 때면
모든 게 닿기만 하면

보물섬이 되어가는 세상을


인터넷 세상에서

너를 찾기는

바다 한가운데

바늘을 찾는 마음이 되어갔었지


그 옛날에 떠나온

너의 발자취

너의 숨소리

너의 웃음소리는


지금의 디지털 세상에도

너에 대한 마음을

전달할 수 없는 세상


나는 가끔

그날에 너와 내가 함께한

아날로그 사랑이

전부였던 시대


지금은

모든 순간들이 지워질 듯

디지털 세상은 Delete 하나로

한 순간에 모든 기억을 리셋되듯

지워지는 세상


다시 여운이 남아

되살아 나듯 하는
옛날에 느린 사랑은


우리에겐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는 것처럼


너에게로 다가가는 마음은

아날로그 사랑으로 다가 서기를

그 사랑이 무척 그립고

기다려질 거야


2025.8.4 신안 임자도 대광해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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