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지나간 자리에는
- 태양이 지는 자리에는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하늘에 지나간 자리에는
그리움 한 점
남겨두고 떠나올 테야
그리고
태양이 지는 자리에는
사랑의 홍역 한 점 남겨두고
기다림을 달래어 볼 테야
하늘에 나는 새에게
바람을 벗 삼아
날갯짓하며 날아오르는
그 순간을
이야기해 달라고 할 테야
그럼 다시 나에게도
힘차게 박차 오르는
기다림의 순간이 되어갈 테니까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슬픔이 남겨있지 않아
눈물 흘릴 겨를이 없는 날들이
되어가네
구름이 머무는 자리에는
바람이 머물지를 않으니
흔적을 남기지도 않아 괜찮다고
그리움이 와도 슬프지도
않을 거라고 말이야
나의 긴 인생 여정길에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 서서
내 지나온 사랑했던 마음 하나
건지려 들 때면
어느새
호숫가에 피어난
꽃 한 송이에 마음을 두려 함을
반계리 천년 은행나무 숲 길
안개 숲을 지나
이곳에 도착하니
그대 머무는 곳이
나의 옛 지난
청춘의 숲에서 만난
그대 아련한 품속인가 싶더라
2025.10.13 원주 문막 반계리 천년 은행나무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