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마음
- 영원한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 좋다고
여길 반길 때가 아득하여라
봄에 새싹 돋아날 때는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아보고 찾아오더니
신록이 푸르른 날
바다 위 노니는
등 푸른 고등어 떼의 웅장함처럼
거북이 등껍질 마냥
푸른 갑옷을 드리운 채
나의 본모습을 감춘
신비함도 너에게 반겨주었었지
가을날
노랗게 물들어 가는
네 모습을 바라볼 때면
내 마음도 너의 마음처럼
저 하늘 두둥실 떠가는
노란 풍선이 되어가고 싶었지
흰 눈 내리는 겨울이 오면
마지막 잎새까지 떨어져
차디찬 찬서리 찬바람에
날리며 쌓여갈
하얀 평원 위 흰 눈이 쌓여갈 때
너는 한 떨기 흰 백합으로
다시 태어났다
모두가 떠나간 빈자리
쓸쓸히 홀로 남아
이 자리를 지키는
그리움만이 남아
모두가 떠나간 자리에는
고독한 외로움의 빈자리가
언제나 네 곁을 지키는
수호신의 그림자처럼
너에게 다가가
우산이 되어준다
모두가 떠나간 자리
쓸쓸히 낙엽 지는 언덕에
너의 마음의 위로를 대신할
하얀 눈꽃이 다시 피어날 테면
반계리 천년 은행나무 숲에
사는 작은 하얀 요정의 천사들이
내려앉은 밤하늘
올 겨울은 춥지 않을 거야
네 잎이 이불이 되어주니까
아무도 찾는 이가 별로 없는
이곳에는
텅 빈 마음만이
영원한 마음이 되어주네
2025.11.24 원주 문막 반계리 천년 은행나무 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