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의 순정
- 가브리엘 천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하늘엔
가브리엘 천사가
하얀 날갯짓에
깃털을 나부끼며 내려와
하얀 요람에
하얀 솜털 이불이 되어
살포시 내려앉았다
천사의 예언으로
그날 태어난
세상의 모든 울음소리는
아기천사의 탄생에
내리는 첫눈은
나뭇가지가지마다
새하얗게 눈꽃을 피우고
그날 하늘에
어둠에 지배자의 발자국은
내리는 눈 위에 남았다가
천천히 사라진다
첫눈은
늘 그렇게 왔다
소리 없이 떠나간다
마치 첫사랑은
시작이
끝인 듯 작별하고
작별이
시작인 듯
눈이 다시 내려와
사랑을 축복하듯이
2025.12.05.첫눈 내리는 날 치악산 비로봉 가는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