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항 없는 이별
사랑의 증오( 종말과 파멸)
- 반항 없는 이별
시. 갈대의 철학[蒹葭]
사랑이 시작되면
끝없는 유혹 속에
갈등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합니다
사랑이 지나가면
끝없는 방황 속에
언제 그랬었냐 하였 듯이 유희를 거닐듯 합니다
사랑의 끝이 오면
끝없는 평화가 올 것만 같은
타다 남은 불씨의 씨를 뿌리려고 합니다
사랑의 여진이 계속될 때
사랑은 방탕 속에 얼룩져
진탕이라는 파동의 파고를 곧잘 일으킵니다
사랑의 파멸이 시작될 때
사랑은 이기적인 사랑으로 변하고
사랑의 종말이 시작될 때
사랑은 희생적인 사랑으로 되어갑니다
사랑의 예고는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그것은 이미 마음을 멀리하기 위해서입니다
한 번 떠난 마음은 그리 쉽사리
굳게 닫혀있던 성문의 빗장을 열 때에는
오랜 삐거덕 소리에 마지못해 열어두지만
곧 이내 더욱더 성벽으로 굳게 둘러싸입니다
사랑을 사랑이라고 부를 때에는
사랑이 네게서 멀어질라치며 거짓을 낳고
사랑이 네게서 식어질라치면 변명을 하고
사랑이 네게서 떨어질라치면 핑계를 일삼습니다
사랑이 내게서 노래를 부를 때에는
이미 다른 사랑을 잉태한 뒤입니다
그것에 사랑의 씨앗은
평화를 가장한
다시 아름다운 꽃으로 전이가 됩니다
마치 벌과 나비가
사랑과는 눈먼
오로지 생존법칙에 의존하듯이 말입니다
그게 사랑이라고 다가오는
반항 없는 이별의 시작이 될 줄은
이미 몰랐던 것입니다
사랑의 증오는
반항 없는 이별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