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락하는 것에도 날개가 있다
영월 백덕산(신선대 가는 길에)
- 추락하는 것에도 날개가 있다
시. 갈대의 철학[蒹葭]
이보게 친구
신선대 오르걸랑
바둑이나 한 수 두고 떠나보세
내가 지면
그대가 떠나고
그대가 이기면
나는 여기서 머무르리
여보게 친구
신선대에 머물걸랑
세상의 시름을 잠시 잊고
나와 그대랑 진한 탁주 한잔하세나
신선대에 도착하걸랑
여기 올라온 이유도 묻지 말고
여기에 머물다 가는
사연도 따지지도 말며
저 창공 위 날아가는 새들이
허공에 흔적을 남기지 않듯이
허공에 머물지도 않듯이
그들이 같은 허공을 다시 배회하지 않는 것처럼
떠나온 뭐든 것들에게 기회도 주지 말게나
네 나래짓에 물들어 가는 나에게도
나도 너처럼 큰 나래를 펴고
날 수 있을까도 묻지도 말며
이곳에 들르면
바람도
구름도
애써 찾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요
숙명이지 않으냐 말일세
이곳에서 바라보면
진경 산수화를 그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
그대의 마음이 머물며
그대의 활짝 편 나래짓은
봉학의 날개가 되어주고
그대의 두 눈은
천사가 하늘에서 눈을 내리게 해주니 말이오
무얼 그리 서두르나 말일세
이곳에 도착하면
마음도
몸도
영혼도
가다 보면 보이는 것이
천지가 산이요
그대 마음인 것을
바람의 나라에 다다르리
바람을 불러
신선들을 불러 모으고
신선대에 오르거든
활짝 날개를 펴주오
이름 없는 봉우리라도 좋소
날 수 있는 높은 곳이면 좋겠지만
이왕이면 백덕산 신선대
그대 날개 잃은 천사가 되어드리오리다
추락하며 날개 나는 법
팔을 활짝 펴고
심호흡을 길게 들어마시고
두 눈을 찔끔 꼭 감으며
마음을 열어
가슴을 활짝 펴고
추락하는 곳에도 날개가 있듯이
끝없는 나락은
그대 마음으로 다가가기 위함인지 모르오
신선대에 오른 거든
마음껏 목청껏 소리 내어 불러주오
사랑하는 이에게도
그리운 이에게도
모르는 철이와 순이에게도
눈물 흘릴 날이 많았던 날에도
슬픔을 멀리 던지고 싶은 날에도
그대 아픈 마음 감추지 말아요
살다 보면
이런 날 저런 날
안개 드리우고 때에 따라
장막도 걷어가고 하지 않나요
그대와 함께라면 어딘들 가지 못하겠소
그러하니 이제는 이곳에 오른 이상
더 이상의
고통도
환희도
그대 어깨에 짊어진 배낭도
그대의 것이 아니라
나만 바라보는 저 햇살도 아니지만
그대에게 비치는 빛이 되어 주리라
그대여
더 이상 가깝게
옆에서 지켜보는 아픔이 없도록
멀리서도 그저 바라볼 수 있게 해주오
사랑하는 이가 곁에 없으면 어떠하오
저 멀리 운무에 감추어진
실루엣 한 자락에
고운 햇살이 간간히 비추니
그대 인양 모른척해도 되지 않겠소
그러면 나는 그대의 오감각이 되어
그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그대의 향기를 맡을 것이며
저 구름에 감추어진 태양이
그대의 웃는 얼굴에
햇살이 반가이 맞아줄 것이며
저 산봉우리에 걸쳐 있는 구름도
그대의 마음이 걸쳐 있어
지금 내가 그리 가지 않겠소
그러니 그대는 나만의 천사가 되어주오
나는 그곳에 언제나 머무르는
한 마리의 날개를 접은
그대 나래를 펼 수 있는
날개가 되어드리오리다
~ 사랑하는 이에게 ~
사랑은 신선대에 머물고
그리움은 운무 속에 감추네
오는 사랑도
머무는 사랑도
떠나가는 사랑도
신선대에 머물면
세월을 잊듯이
사랑도 잊고
그대도 잊혀지네
사랑따라 떠나온 마음은
순간의 마음이요
사랑따라 가버린 마음은
애욕愛慾의 마음이며
사랑따라 머무는 마음은
영원한 마음이어라
2017.7.1 백덕산 신선대 가는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