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을 나기 위한 몸부림(백두대간 종주길에)
덕유산德裕山(낙엽이 떨어지는 이유)
- 겨울을 나기 위한 몸부림 (백두대간 종주길에)
시. 갈대의 철학[蒹葭]
낙엽이 떨어지는 이유를 가르쳐 준 그대
겨울 덕유 향적봉香積峰에 올라
눈이 내리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산의 중간에 섰다
낙엽이 쌓여가는 대신
눈이 쌓여가는 이유를 묻고 싶었다
정상에서의 느낌은
이미 겨울나기 연습 중에
겨울은 더욱
나로 하여금 손을 꺼내 들지 못하게 하고
돌아보지 않게 만들었다
가라 겨울아 어서 가거라
강한 바람이 모진 풍파와 비교할 순 없지만
네 곁에서 머물다간 순간들이
겨울을 더욱 매섭게 꽁꽁 얼어
붙들어 매었다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진
이 드넓은 산야에
갈 수 있는 이 길이 어디까지 놓여 있는지를
너에 대한 그리움 대신
끝없이 펼쳐진 눈 덮혀 쌓인 능선을 따라
저 하늘 한점 유유히 흐르는 구름처럼
쉼 없이 또 걷고 또 걸었다
신이 빚어서 만들어낸 이 대자연에
너와 나는 한 몸이 되어간 지 오래다
신은 인간을 불러 모으지만
인간은 때때로 신의 성채에 도전을 하여
피조물에 불과한 나로 하여금
저 운해 속에 감춰둔
떠오르지 못할 불굴에 태양의 마음을 지니게 하였다
스스로 익어가는 열매의 낙과落果는
자존심이 다해서 떨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남들보다 먼저 피지 못할 사연이 되었나
산꼭대기 눈들은
어김없이 돌아오는 계절에 녹아 흘러서
강물이 되어 바다로 모귀회천되어 되돌아 오는데
너와 나의 오랜 숙명적인 만남도
너의 운명에 장난이 아니면 도래하지 않았을까 한다
기나긴 이 길의 끝에서 묻고 싶다
한 번 떠나면 돌아오지 못하는 마음을 두고
나의 두 다리가 힘겨워서 그랬던가
너에 대한 믿음의 신뢰가 바닥에 얼어서 그랬는가
넘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 남겨두기 위함 이었는가
덕유 백두대간 고개고개 마루를 지날 때마다
지나온 너와 함께했던 추억들이
아기 봄볕에 잠에 겨운 듯이
시간은 흘러서 예정된 만남을 기약하려 둠을
잠시 잊혔던
너에 대한 환상은 곧 그리움의 시작이 되었다
들머리 떠나왔을때 마음과
날머리 들어섰을 때 마음이 이토록 다를까
그날에 무수히 많은 넘나드는 고개타령은 어딜두고
지나온 행적의 발자취는 온데간데 없지만
어른이 된 마음은 어딜 가고
지금에서야 철 지난 어린아이 된 마음 만이
그날에 그곳에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게 한다
신풍령(빼재)에 도착하고 나를 반기는 것이
또 다시 매서운 한파 속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백두대간 시작의 절반은
훗날 꽃피우고 새가우는 계절이 돌아오면은
너와 함께 했던 지난 날들에
기약없이 돌아오리라 다짐을 하리라
[2018.1.28 덕유산 백두대간 종주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