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지체 장애자의 사랑이야기
- 어느 지체 장애자의 사랑이야기
詩. 갈대의 철학
삶의 연속 선상에서 놓인 우리들
뛰고 걷고 넘어지며 때론 오뚝이처럼
때론 슈퍼맨처럼
때론 원더우먼처럼
각자의 고유의 위치에서 제 역할들을 하지만
어제는 투명망토를 덮어쓰고
오늘은 엑스트라처럼 주인공 인양 조연을 하며
내일은 트라우마처럼 살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희망은
삶의 환경이 바뀌더라도 행복의 꿈은
늘 같은 꿈을 꾸며 살아간다.
" 은하철도 999-1907호"
》그곳 열차카페에서의 입석 이야기
여느 때와 비슷하게 청량리 8번 플랫폼으로
도착한 시간
평일의 중간인 수요일
평상시 주말의 시작과 끝에는 늘 사람들로
장날 같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 놓칠세라
몸을 부딪혀가며 애꿎은 발만 동동 구르며 재촉한다
입석인 사람들의 탑승 우선순위(복잡)
1. 열차카페 음식 앉는 자리
열차가 문을 연 순간 5호차와 4호차 사이에 있는 열차카페는 양쪽 두 개의 문이 열리는 순간
우르르 봇물 쏟아지듯이 부산행을 방불케 한다
좀비처럼
> 머리 쓴다고 일찍 자리에 앉지만
카페 여주인은 손님 죄송한데요. 그곳은 식사하시는 분들을 위한 자리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갓 음식을 든 사람은 한 수 더 고수이다
열차 떠나기 전에 느긋하게 도착하고는 자리가 없는 것을 알고 식사 주문하면 자리도 나고 천천히 도착할 때까지 식사를 비슷하게 마친다.
그러니 먼저 앉은 사람은 노심초사다
내가 네가 서로 로또 당첨될까 봐 애써 지나가는 바깥구경만 먼 사리 바라본다.
그때는 마음 약하고 착하고 거짓을 할 줄 모르고
새가슴을 지닌 사람이 열차 카페 주인과 눈이 마주치면 자동으로 일어나게 된다
다른 이들은 모른 체 하지만...
2. 자전거 거치대 옆 입석 식사자리
그 자리는 운케도 한 사람이 서서 있으면 대부분 서서 가고 한 사람이 앉으면 다른 사람도 도미노 현상이 재현된다
3. 열차카페 기다란 통로 길
이 공간은 만인들이 즐겨 찾는 쉼터이다.
두 다리 뻗을 수 있고 누을 수도 있으며
단지 서로의 마찰을 배려해야 한다.
이곳 또한 좋은 자리가 우선적으로 나열되어 있는데
그것은 길고 짧음의 차이다
솟다리와 롱다리의 차이 일 뿐 앉는 것은 모두 똑같은 이치이다
4. 마지막으로 열차카페 노래방이다
하루 일과의 피로를 앉아서 스트레스도 풀고 목청껏 노래도 부르며 도착하기 전까지 신나게 신명 나게 부르며 간다
단지, 그들은 노래방 방음시설이 완벽하다는 것으로 알고 음치, 박치 보다 못한 노래 솜씨를 만끽한다.
밖에서는 키드끼득 웃고 피시시 또 웃고
이상은 열차카페의 입석 우선순위이다
》열차카페에서의 사랑이야기
그렇게 늦지도 않게 도착한 청량리 8번 플랫폼에 올랐다.
여느 때와 같이 오늘도 기차는 먼저 도착해 사람을 기다리고 떠날 채비에 방송이 계속된다
"이 열차는 안동으로 가는 은하철도999-1907호입니다
가지고 계신 승차권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지친 몸과 마음을 기차에 실었다
평상시처럼 늘 같은 길을 걷고 내리며 올라타고 하는 것이 늘 일어나는 다람쥐 쳇 바퀴 돌듯이 하지만,
늘 앉던 그 자리는 나를 위해 비워두었는지 내심 고맙고 감사하다
그날도 좌석은 있으나 앉지 않고 소박하고 소소함이 묻어나는 열차카페에 몸을 실었다
늘상 앉던 카페 여주인 통로 입구에 앉아 오늘도 시원한 맥주 한 캔에 소시지 하나를 곁들이고 더운 갈증을 목젖으로 촉촉이 젓셔 넘어가는 느낌이 기나긴 터널이 한줄기 빛에 의해 이끌러 나오는 것처럼 머리털 끝까지 시원하다.
백팩 배낭을 옆에 두고
오늘도 수첩 하나에 펜을 사이에 두고 글에 몰입하고
삼삼오오 대오 정렬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오며 제 갈길을 찾듯이 어느 누구 하나 주어진 자리도 없는 천사들의 자리에 앉는다.
그렇게 넓디넓은 공간을 사이에 두고 내 옆자리에 다른 누군가가 앉았다
내 옆에 앉은 한 남자. 나는 그를 뿔테님이라 부르고 싶다.
금세 서풍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삐쩍 마른 빼빼로처럼 큰 뿔테 안경을 사이에는 약간은 눈의 초점이 흐리고 사이에 안경의 여러 등고선이 눈높이를 가름해주고 우수에 잠긴듯이
뿔테님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어느 각통의 연필꽂이가 되었던 필통을 재활용한 듯하여 거기에는 그동안 모아두었던 오래된 과자들이 빼곡히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였다.
그중에 오징어 땅콩 두 개를 꺼내어서 내게 건네주면서 씨익 웃는다. 먹으라고 하면서
어찌나 그 천진난만한 웃는 모습에 반해 과자 두 개를 받아 들고 다시 맥주 한 모금에 한알씩 입속으로 풍덩했다. 두 번째도
그런데 맛이 오래된 것처럼 난 조금 있다 감기에 걸린 것처럼 코가 훌쩍거린다.
나는 상대방이 미안해할까 봐 그러한 것을 염려하지도 않고 잘도 받아들인다.
또다시 맥주 한 모금 들이킨다. 역시나 똑 같다.사리걸린것 마냥 목도 컬컬해진다.
그래도 좋아
이윽고 뿔테님은 햄소시지를 먹고 싶다고 사달라고 한다. 난 서슴없이 어떤 것을 먹고 싶냐고 하면서 직접 카페 여주인한테 네 개들이 삼 천냥 하는 햄소시지를 사주었다
그리고 어떻게 뜯어야 할지 몰라 내게 뜯어 달라한다.
또다시 안에 소시지 하나를 꺼내더니 이것 역시 까달라고 하여 반쯤 까주고 건네주었다.
하나를 다 먹고 나머지는 가지고 온 백팩 가방 지퍼에 넣어두고 내가 등이 가려우니 등을 긁어주면서 어디까지 가냐고 내게 묻는다.
원주까지
뿔테님도 원주까지 간다고 하면서
우리들 대화를 열차카페 여주인은 두 귀를 쫑귓하며 엿듣고 이야기를 건넨다.
드디어 열차 객실의 파수꾼이 들어올 시간 한쪽 문을 열고 들어와 양평 도착 전에 능수능란한 솜씨로 표검사를 한다.
스마트 티켓을 보여주면서 옆에 분이 일행이시냐고..
고개를 내저으니 여객전무님은 뿔테님한테 어디까지 가냐며 표를 검사하자 묵묵부답으로 뿔테님은 대답은커녕 쳐다보지를 못한다.
마치 영혼의 저승사자가
어디론가 자기를 데려가는 줄로 착각하는지를...
포기하고 발 빠르게 다음 코스로 이동하여 한숨을 돌린가 싶더니 금세 다시 돌아와 나오라면서 객차 사이에 영혼이 드디어 끌러가는 모습에 나는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였다.
잠시 후 양평역이 다가오고 뿔테님은 내 옆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카페 여주인은 내게 그 뿔테님이 양평에서 내렸다고
내게 잠시나마 즐거움과 행복을 건네주던 뿔테님
그분은 행색은 남루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한 남자이며. 커다란 뿔테를 썼으며, 남이 보기에 어색하게 정신지체 장애자로 보이며, 말도 어눌하며, 행동도 부자연스럽고 남들과 쉽게 친화력이 없어 보이며, 다른 사람들 한테 약한 존재로 기억되는 빼빼 마른 한 남자로 잊힐 것이다
잠시 인연이 되어 스쳐 지나간 뿔테님의 모습은
한쪽 손에는 스마트폰을 쥐고
청색 백팩을 둘러매고
잔잔하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주며
나와 같이 동행을 해서 잠시 기뻐하면서 웃는 모습이 지금도 보고 싶다.
원주 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