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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n 04. 2018

북한산(北漢山)

- 북한산성(北漢山城)

북한산(北漢山)

- 북한산성(北漢山城)


                                               시. 갈대의 철학[蒹葭]



북한산 한 자락에 옛 꽃을 피운 마음

오랜 세월 앞에 네 모습도 변하고

 마음은 도성으로 둘러싸인 매인 몸이 되어

포승줄 없는 마음이 되어 버렸구나


사연 많은 옛 도성길 따라나서다 보면

천하의 요새인 삼각산을 곁에 두어

피난을 떠나는 행렬 앞에서는

언제나 그러려니 하는 못 미더운 말이

한강을 건너지 못하는 마음을 두고왔구나

마음만을 지척에 둔들
단신의 몸에 평온치 못한 마음을
홀로 떠나왔었야만 하는 사연일랑 떨구지는 마세나


떠날 채비에 마음만이 급해

달랑 챙겨 온 것이

알고 보니 네 마음 하나였으니


이제와 성채를 지키는 이는 없고

가는 이의 마음이라도 붙들어 메고 싶거든

지난 하소연일랑은 하지도 말며

정이라도 남아 있걸랑

서슴없이 바람에 몸을 맡긴

어느 이름 모를 나그네와

진한 탁주나 한잔이나 걸쳐보세나


그대 마음은 떠났어도

아직도 내 마음의 한 자락은  

이 깊은 북한산성 한 자락 둘레길에 묻어놨으니 


그대 또한 그 알랑한 자존심은 버리고

무심(無心)된 마음이라도 들거들랑

한점 후회 없는 바람 앞에

지나온 먼지가 되어

훨훨  

저 푸른 창공에 날려 보내보세


그러함은 곧  자네와 나의 마음은

동문이 되어가니 말일세


그리고 탁주 한 사발에

정 그렇게 지난 세월에

오래 메인 눈물 한 조각이라도 흘리고 싶거든

구름 한 조각의 마음이라 생각하여

서슴 없이 떠날 수 있는 마음이라도 담아 보세나


엣 성채 된 마음에
성토된 마음은 찾아볼 길 옛 없으나

쓸슬히 고요히 이곳을 지키는 

무언(無言)의 무희만(舞姬)이 춤을 추고 학이 되려 하니

바람에 성군의 깃발만 나풀대고  떠나는

빈 배만이 돌아오게는 하지 말게나 


북한산성 옛 길 따라 올라서면

옛 도성은 어딜 가고

이곳이 옛 도읍지인지

쓸쓸한 기운에 맞춰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 지나가더라도


그대 없는 북한산성 둘레길을 걷다보면
한 점에 새벽이슬 머금는 마음에

어느새 너와 나의
북한산성 옛 마음과 함께 나누며 걷게 되고


또다시 그대 마음이 변하여도
지난 도성에 흘러든 옛 무너진 산성에 
공든 마음으로는 쌓지도 말며

애틋한  사연일랑 남았거든
남한산성의 긴 사연에 한 마음 보태어
그 뜻에 회한의 정을 품어보세나

2018.6.3 북한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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