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Sep 04. 2016

때깔 좋은 과일이 맛도 좋을까

-  그대 곁에 있으면 좋은 향기가 난다

때깔 좋은 과일이 맛도 좋을까

-  그대 곁에 있으면 좋은 향기가 난다


                                                               詩. 갈대의 철학



그대 곁에 머물면 금방 딴 복숭아 향기가 난다


그 향기가 바람에 날려와 재스민 향기보다

더 그윽한 향기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 향기에 이끌러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옮겨지고

가을 햇살을 닮은 그대에게

더욱 이 가을의 짙은 향수를 전해주고 싶다


잠시 후


이윽고 난 그 냄새를 잃어버렸다

그대에게서 날아온 향기를 도둑맞은 것처럼

내 마음의 향기를 품은 그대에게 뺏었긴 것처럼

가을바람에 실려온 그 향기를 지울 수가 없었다


그 향기와 향내를 빼앗기고 잃어버린 것이


아침 이슬에 젖어

날개가 젖어 날지 못하는 고추잠자리 때문도 아니요.


새벽이슬 머금은 향기 없는 가을 들꽃이 인사를 건네지 않아서도 아니요


새벽에 먹이를 찾아 벌레 사냥 떠난 참새들에게  빼앗겨서 그런 것도 아니요


잔뜩 흐린 가을 하늘에 비껴 스치는 가을바람이 불어와서 따라 날아가서 그런 것도 아니라네


빛깔 좋고 향기 좋고 먹음직스럽게 생긴 과일들


구수한 풍물시장에 아주머니의 너스레 한

오래된 수다 떠는 반복된 현란한 말솜씨에

어느 누구 하나 끼어들 틈이 없이

말의 타이밍을 금세 놓치고


드디어 말의 기회가 오면  

또다시  잇 전에 할 말을 잊어버리고

혼령을 빼앗겨 버렸다


먹어 보고 사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안 먹어 봐도 달고 맛있다고 하신


그 말에 믿음을 실어 한 개 아닌 여러 뭉치를 샀다


아 그런데 집에 와서 먹어보니

모두 그 맛이 그 맛이라


어떤 것은 빨리 먹지 아니하면

금세 물러져 상할 것 같으며


또 어떤 것은 딴딴하여 냄새 좋고 빛깔이 고아

냉큼 씻어서  먹어보니 그 맛도 그 맛이라


그 이후에


옆에 아저씨

파찌  난 사과와 복숭아를 먹어보라 하시면서


아 달고 맛있네


아저씨의 투박스러운 말솜씨에

그리 너스럽게 말을 잘 못하고

구수하게 말 몇 마디 건네지도 않으며


그리 퉁명스럽지 않은 투박하게 얼굴 모습을 한

우연찮게 건넨 한 조각의 맛


아 맛있다

아저씨 정말 맛있네요


어찌

파찌에 모양도 울퉁불퉁 모나고

한쪽면은 벌레들이 잔뜩 파먹고

자연 그대로 약도 안치고


그냥

비바람에 맡겨버려도


그냥

태양을 감싸지도 않았어도


그냥

자연 그대로 그대에게 모든 것을  맡겼어도


자연은 말이 없었지만

그 속에서 일어나는 향기와 향음은

그리 멀리 찾아갈 필요도 없었네

애써 힘들게 공들여 쫓을 필요도 없더구나


향기가 없으면 사랑을 심어주면 되고

꽃이 없으면 그대의 화사한 얼굴을 피워주면 되고

때깔이 예쁘고 곱지 아니하더라도

흠집이 난 파찌의 인생이더라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잔잔하고 애잔한 파찌의 인생이 더 좋구나

강변산책길에

매거진의 이전글 로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