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밥상

by 늘새미

얼마 전 직장에서 함께 구매한 책이 배송 왔는데, 저마다의 장바구니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떤 책을 샀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어떤 삶을 그리는지가 보인다.

누군가는 담백한 에세이, 누군가는 추리소설, 누군가는 투자비법서, 누군가는 과학서적...


서로의 책을 구경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사람들 눈에 한 책이 눈에 띄었다.

주먹밥을 만드는 책이었다.

책을 주문한 후배는 본가에서 살고 있어 밥 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그런 책을 사서 의아했는지 사람들이 묻기 시작했다.


"요즘 요리는 대부분 유튜브로 배우지 않아?"


그 때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근데 유튜브로 배운 건 왠지 모르겠는데 빨리 휘발되는 것 같더라고요. 다시 그 부분 돌려보게 되고, 또 기억 안 나서 여러 번 영상 보게 되고. 쉽게 들어온 것 쉽게 나가나 봐요."


그 말이 크게 와닿았다.

영상은 빠르고 자극적이다.

검색하려고 잠깐 들어갔다가 피드의 홍수에 빠져 시간을 훌쩍 버린 일이 허다하다.

강렬한데 더듬어보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핸드폰 갤러리에는 캡처해둔 깨알 정보들이 가득한데, 정작 그게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쉽게 들어온 정보는 그만큼 쉽게 나간다.


반면, 책은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려면 2-3장은 읽어야 한다.

훨씬 더 오래걸린다.

정보를 받아들일 때 걸리는 시간이 많은 만큼, 그걸 기억해내는 데 더 적은 시간이 걸린다.


유튜브도 지겨워서 몇 초짜리 릴스가 대세인 지금.

영상을 피해 책으로 향하는 나는 '거꾸로 가는 사람'이다.

자극적인 정보를 피해 책으로 왔는데, 지식을 얻는데다 지혜가 생겨난다.


매일 새벽 30분 정도 책을 읽고 나면 그 날 하루가 더 생산적인 느낌이다.

아침에 읽은 내용을 운전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등 비어있는 시간에 한 번 더 음미하면 뭔가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일상 속 대화가 책 내용과 만나면 영감으로 떠오른다.

덕분에 머리가 쉬지 않고 돌아간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마음에게 주는 밥.

밥이 몸을 살 찌우듯, 책은 내 마음을 자라게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마음의 밥상을 차려본다.

이 밥상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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