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고서와의 첫 만남은 3년 차 때였다. 옆반 부장 선생님이 '에듀넷'을 알려주시며, 시간 날 때 수상작 보고서를 읽어보고 준비해 봐도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사이트에 접속해 보고서 한 편을 읽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잘 이해되지 않았고, 그래서 도대체 어떤 수업을 했다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때의 내 눈에는 인디스쿨에 올라온 한 차시짜리 PPT를 정성껏 만드는 교사가 더 학생에게 집중하고 열정적인 교사처럼 보였다. 반면 연구보고서를 쓰는 교사는 승진만을 바라보고, 학생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 만남은 3년 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 했을 때였다. 한 부장님께서는 무려 5년의 육아휴직 후 복직하시며 책을 두 권이나 출간하셨고, 인성교육 연구대회에서도 입상을 하셨다. 늘 팬심과 부러움이 가득한 마음으로 이것저것 여쭤보면, 부장님은 언제가 겸손하게 "너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복직 첫해는 교과전담이라 수업 준비에 집중하면 되었지만, 이듬해 담임을 맡게 될 것을 생각하니 학급운영과 생활지도 같이 묵직한 주제들이 막연하게 느껴졌다.
'부장님은 어떻게 학급을 운영하실까?'
'어떤 수업을 하실까?'
그 궁금증 끝에 부장님을 찾아가 인성교육 연구대회 보고서에 대해 여줘보았다. 나 역시 보고서를 써보고 싶어서라기보다, 그 안에 담긴 실천을 그대로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받은 파일을 펼쳐 보았지만, '아, 나는 이렇게 적용하면 되겠다'보다는 '아, 복잡하고 어렵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결국 부장님의 보고서가 아닌 정리해주신 수업자료만을 활용하며 1년을 보냈다. 학년을 마무리하고 방학을 맞이하는 기쁨이 밀려오던 순간, 이상하게도 허전함이 함께 찾아왔다.
한 해 동안 함께 동고동락했던 아이들은 기억을 남긴 채 나를 떠난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뭐가 남지?
학생들이 떠난 뒤에도 나에게 남는, '나만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왜 많은 교사들이 연구대회에 참여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만의 교육 과정을 기록하고, 성찰하고, 체계화하는 과정. 그것이 결국 연구대회 보고서라는 형태로 남는 것이었다.
이 깨달음 이후, 나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업무포털 공람을 꼼꼼히 확인하며 관련 연수 공지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12월이 되도록 공지가 뜨지 않았다. 이상하자 싶었지만 성적 처리 등 눈앞의 일에 밀려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다.
그러다 다시 확인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연수 신청은 마감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연구대회 관련 연수는 교총 주관으로, 공람에 뜨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늦었지만 대기자 명단에라도 오르기 위해 교총에 전화를 걸었다. 대기 번호는 8번. 게다가 승진을 준비하는 교사들이 주로 듣는 연수라 결원도 많이 생기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다. '예둘샘' 블로그의 연수 관련 공지나 교총 회원은 문자로 연수 관련 정보를 얻는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허허. 맨 땅에 헤딩 한 번 해보지 뭐.
무작정 네이버에 '인성 연구대회'라고 검색해 봤다. 생각보다 많은 선생님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블로그에 남겨두셨고, 덕분에 어렴풋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글을 읽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을 나도 글로 남기면, 나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다시 브런치를 열었다. 연구대회를 준비하는 이 과정을, 가감 없이 최대한 솔직하게 기록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