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둘샘 연구대회를 다녀와서

by 늘새미

남편과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 받으려다가 부재중도 있는 걸 보고 받았더니 교총이었다. 연수 신청이 가능하니 하겠냐는 것이었다. 이번 기수는 50명 정원에 70명이 신청했다고 들었고 게다가 대기번호가 8번이라 영 포기하고 있었는데 나까지 번호가 오다니! 당장 하겠다고 했다.


연수를 다녀와보니 과연 듣길 잘했다 싶었다. 1등급 보고서들을 보면서 어슴푸레 짐작했던 것들을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심사위원의 시각과 트렌드를 배울 수 있었다. 그건 아무리 수상작을 많이 판다고 해도 얻을 수 없는 인사이트였다.



교총 건물은 주차장이 여유롭다. 서울이라길래 당연히 대중교통 타고 가야 할 줄 알았는데 검색해 보니 주차가 괜찮대서 자차로 갔다. 노상 주차장이었는데 주차대수에 비해 들어오는 차가 적어 무난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또 하나, 교총 건물이 저렇게 허름한 줄을 몰랐다. 서울 양재라는 비싼 땅에 건물만 있어도 대단한 거긴 하지만 외벽에 낀 검은 얼룩을 보자 약간 안타까웠다. 교사라는 집단 특징이라고 해야 하나? 수수하고 소박함이 이렇게 나타나는 걸까 싶기도 했다.


건물 안에 “선생님을 지켜야 학교가 삽니다!”라는 교사를 보호해 주는 분위기의 강력한 한마디가 외벽을 차지하고 있었다.



2층 홀 입구에 강좌명이 붙어있다. 정수기와 컵만 딱 비치되어 있는 모습이 이 연수가 수강생들을 달래가면서 진행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9시에 시작하는 연수에 8시 반쯤 도착했는데 이미 많이 와계셨다. 앞자리부터 차는 분위기라는 것도 파악할 수 있었다.


1층 카페에서 쓸 수 있는 3500원 음료 쿠폰도 주셨다. 이틀 연수 양일간 하루에 쿠폰 하나씩, 총 2개를 받을 수 있다. 팁은 2500원짜리 음료를 시켰다면 500원짜리 젤리나 1000원짜리 쿠키 등으로 3500원 금액을 채워쓸 수 있다는 점이다. 그걸 모른 채 그냥 쿠폰을 건네어드렸는데, 옆에서 알차게 챙겨서 쓰시는 선생님을 보고 알게 됐다.



교총 입구 쪽 길로 가면 바로 양재천으로 내려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 점심 먹고 산책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물을 보며 걸을 수 있다니, 빡빡한 일정 가운데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었다.


연수는 9시에 시작해서 18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빈틈없이 운영된다. 매시 정각에 시작해서 50분 수업을 하고 10분 휴식한다. 홍석희 강사님, 전우열 강사님 강의 모두 내용이 심도 있으면서도 재미있다. 말씀을 정말 잘하셔서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6시간 이상 집중해서 듣는 것이 힘들긴 했다.


연수 듣고 2월에 할 일은 연구 주제와 연구 제목 정하기다. 연수 전에 미리 선배 선생님들께 여쭤보기도 하고, 수상 보고서도 훑어보고, 내가 어떤 수업을 좋아하는지 혹은 잘하는지 등을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대충 그림은 그릴 수 있었다. 쉬는 시간에는 용기를 내어 강사님께 여쭤보기까지 했으니 이만하면 열심히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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