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어제 해주신 말을 듣고 집에 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이 많아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계속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선생님, 어제 해주신 말씀 듣고..."
"아.. 아니다. 다시, 다시."
어린이집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어 혼잣말로 연습을 했다.
생각 정리를 위해 글로 써두긴 했지만, 말로 꺼내려니 연습이 필요했다.
마치 입시생이 면접을 준비하듯,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나는 학부모 상담이 교사의 업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최대한 선생님의 짐을 덜어드리고 싶었다.
굳이 상담을 적극적으로 더 신청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학기별 필수 상담은 1학기 때는 신청을 했지만, 2학기에는 따로 신청하지 않았다.
그러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님, 어린이집에서 학부모상담은 필수서류로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라서요. 바쁘시면 전화 상담도 괜찮습니다."
상담을 신청하지 않은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상담 신청을 했다.
이렇게 필수 상담도 미루던 내가, 개별 상담을 따로 신청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상담을 하면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똑 부러지게 세심한 질문을 하는 엄마들이 대단해 보였고, 나는 그런 걸 잘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가 없다 하던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 아이가 선생님의 시선에서 조금 멀어져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가 모두에게 사랑받지 못할 수도 있다.
사람을 만나 살아가는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아이도, 언젠가는 겪어야 할 경험일지 모른다.
내 마음이 안타까울 뿐이지.
게다가 명백한 근거가 있는 사실도 아니다.
어쩌면 순전히 나의 느낌일 뿐일지도 모른다.
주관적인 느낌을 괜히 말했다가 예민맘으로 보일까, 애가 더 눈밖에 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이런 생각들이 모여 선생님과의 소통을 슬금슬금 피하게 되었다.
하원 시간에 선생님을 만나면 이야기가 길어지기 전에 인사만 하고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음먹지 않을 수 없었다.
학기가 끝나기가 한 달 남짓.
괜히 말을 꺼냈다가 선생님께 미움을 사는 건 아닐까, 그냥 참고 넘어가려 했지만 말해야 할 건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