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짐은 누가 다 쌌을까

매주 수요일 연재 | 브런치북: 가족여행의 기술

by 늘보나무

이 여름, 7인의 기술자가 하나의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이름하여 '가족여행'


<팀원 소개: 가족여행 기술자들>

아버지 (70대)

: 오로지 한식파.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김치를 찾는 뚝심 있는 애국자

어머니 (60대)

: 입맛 까탈스러운 남편을 챙기느라 늘 인내심 풀가동, 내면에 화산을 품고 있는 여자. 특히 여행 짐 쌀 땐 폭발 주의!

남편 (40대)

: 미국 메이저리그 직관이 평생 로망.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결단력의 소유자

여동생 (30대)

: 먹는 계획에서 발휘되는 무서운 치밀함, 짐은 캐리어 대신 쇼핑백에 넣는 스타일

남동생 (30대)

: 이번 여행의 실질적인 돈줄. 세계의 패권은 미국이, 우리 집의 패권은 이 분이!

딸 (10대)

: 여행에서 '얼마나 가야 하는지'가 제일 궁금한 MZ. 해외여행 중 40도가 넘는 고열로 크게 아팠던 적 있음

나 (40대)

: 암묵적인 컨트롤타워. 모두를 조율해야 한다는 막연한 책임감에 휘청거리는 중





1. 녹취록 01_ “뷔페 예약 취소하면 어때?”

여동생: 언니, 우리 뷔페 시간대 바꿀 수 있어?
: 왜? 이미 예약 완료인데?
여동생: 알아보니까 런치랑 디너 음식 다 나오는 시간대가 있더라고.
: (한숨) 예약 취소는 전화로만 돼. 그것도 영어로.
여동생: 일단 새 예약하고, 기존 건 미국 가서 유심 끼우고 전화하자.

(속마음): 네가 전화할 거니…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 결국 새 예약을 시도했다가 중복 예약으로 새 예약은 확정 안 되고, 카드 결제만 된 대 환장 파티. 대답 없는 호텔 예약팀에 메일만 보내 놓은 상황...)


2. 녹취록 02 _ “낙지 젓갈 챙겼는가?”

: (산더미 같은 한식 재료를 보며) 히익, 이게 다 뭐야. 엄마 짐은 어쩌려고?

어머니: 아빠가 어딜 가든 꼭 밥을 찾잖아.
: 가서 살 수 있으니까 너무 많이 챙기지 마.
어머니: 미국에서 사면 비싸다던데 기본양념들이랑 김치는 좀 챙겨야지.
: 김치 안 터지려나?
어머니: 아이고, 그럼 안 가져가? 너희 아빠 김치찌개 없으면 밥 안 먹는 거 몰라?

아버지: 아, 낙지 젓갈 챙겼는가?


(※ 엄마는 미국 내 반입 가능 음식 관련 유튜브 영상을 정주행 중이시다.)


3. 녹취록 03 _ “걔는 왜 일을 키우나 몰라”

따르르릉

: 여보세요. 어, 엄마~

어머니: OO이 때문에 내가 미친다.
: 왜? 무슨 일 있어?

어머니: 이번에 인터넷 면세점에서 캐리어 샀다고 그거 받으면 게이트 앞에서 짐을 옮겨 싼단다.

: 그럼 공항까지 어떻게 짐을 가져간대? 캐리어가 있나?

어머니: 없지. 그래서 산다는 건데. 쇼핑백에 넣어서 들고 간대.
: 요즘 면세점도 별로 안 싸서 난 미리 사버렸는데. OO에게도 말해줬는데~

… 엄마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는 게 느껴졌다.

어머니: 걔는 왜 일을 키우나 몰라. 네가 다시 말해봐. 내가 말하면 자기가 알아서 짐 싼다고 난린데. 다 내 손을 빌리지 걔가~!!!


(※ 드디어 엄마의 폭발 버튼을 누르려는 여동생. 앞날이 캄캄하다...)


4. 녹취록 04 _ “나 꼭 안 봐도 돼…”

남편: 우리 LA 머무는 기간에 LA 다저스가 원정 경기 오더라고. 내 버킷리스트 알지? 오타니 경기를 보는 거.
: 그럼~ 꼭 봐야지. 같이 예매해 보자!

남편: 선택지가 너무 많아. 1루? 3루? 외야? 근데 왜 a열이 많이 남아있지? 별로인가? 흠, 이쪽이 홈 팬들 구역인데 자리가 더 남아있네? 헉, 여기는 너무 비싸다...

: 우선 가장 중요한 기준이 뭐야? 오타니 마주 보는 방향? 아님 선수들과 가까운 자리? 야구공 받게 외야 쪽?

남편: (좌석별 실제 시야를 일일이 조회하던 중) 나 어지러워. 꼭 경기 안 봐도 돼...
(속마음): 또 시작이다. 어쩐지 너무 열심히 알아보더라. 휴~~~~


(※ 좌석 결정으로 보낸 황금 주말. 구토를 참고 챗 지피티 도움으로 겨우 결제 완료.)


결국 그 많던 짐은 누가 다 쌌냐고요?
글쎄요, 김치부터 감정까지…

두 나눠 담아야 출발할 수 있지 않았겠어요?


[예정] 2편 – 그 많던 일정은 누가 다 짰을까



매주 수요일 오전 7시,

'가족여행의 기술'이 연재됩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