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책상 앞의 선생님> | 화요일 연재
D-85 플래너
목표: 인강 50분 × 3강
실행: 인강 25분 + 쇼츠 37개
체크박스
ㅁ 11강 듣기
ㅁ 12강 듣기
ㅁ 13강 듣기
딩동댕동—
자습시간 알람이 울리면 나는 모든 반을 돌며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곤 했다.
“얘들아, 폰 넣고 이제 공부하자.”
시험이 코앞인데도 학생들이 폰을 붙잡고 있는 모습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나타나면 움찔거리며 책상 서랍으로 폰을 숨기는 아이, 문제집만 펼쳐놓고 고개를 푹 숙인 채 화면을 보고 있던 아이.
“너넨 속도 편하다. 내일이 시험인데 눈에 들어오긴 해?”
그땐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답답했다.
하지만 지금 내 책상 위 플래너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쇼츠 시청 37개, 공부 25분.’
목표는 50분짜리 인강 3개 듣기였는데, 체크박스가 깨끗하다. 쇼츠 37개라니, 이럴 바엔 차라리 영화 한 편을 보지 그랬나 싶다.
예전의 학생들에게 했던 잔소리가 되돌아와 나를 찌른다.
“얘들아, 폰 좀 내려놔.”
이 말은 이제 나 자신에게 해야 할 주문이다.
학생들의 폰 사용을 ‘의지 부족’으로만 여겼던 건 착각이었다. 공부란 의지 이상의 초능력이 필요했다. 집중이 흔들리면 잡생각이 몰려오고, 이해가 막히는 순간엔 뇌가 자동으로 꺼진다. 그럴 때마다 홀로 포기 본능과 맞서야 하지만, 질 게 뻔한 싸움 앞에서 늘 가까운 도피처가 있었다. 바로 휴대폰이었다.
폰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숨 막히는 공부 속 잠시 숨을 고르는 작은 통로였다.
“저 공부하다가 방금 꺼낸 거예요.”
“지금 그만하려던 참이었어요.”
그 억울한 변명이 절반은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늘 “잠깐만…” 하고 폰을 쥔 채 헤어 나오지 못했으니까.
오늘의 반성
“얘들아, 폰 좀 내려놔.”
라고 앞으로 잔소리 못하겠다.
난 이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이 못 된다.
오늘의 깨달음
1. 자습시간에 아이들이 폰을 보고 있던 건 공부를 포기한 게 아니라, 오히려 계속 버티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수도 있겠다.
2.
Q) ‘일 vs 공부’, 무엇이 더 힘든가?
A) 난 공부. 솔직히 공부!
다음 주 화요일 7시
"지금 먹는 거야? 공부하는 거야?"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