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먹는 거니, 공부하는 거니?

브런치북 <책상 앞의 선생님> | 화요일 연재

by 늘보나무

D-78 플래너


목표

1) 인강 3개 듣기

2) 교재 35~80쪽 읽기


1) 인강 1강 + 초코바 2개

2) 교재 35~57쪽 읽기 + 졸음껌 7개 + 아이스 아메리카노 1잔




교실은 매일 청소해도 티가 잘 나지 않지만, 특히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곳이 있었다. 바로 학생들 책상 위였다.

졸음껌, 커피캔, 바나나우유(그나마 우유라 기특했다), 에너지 드링크 3캔, 초코바 비닐, 과자 봉지, 심지어는 라면 봉지까지.

작은 편의점을 옮겨놓은 듯한 책상 위에서 아이들은 자습을 했다.

나는 종종 눈살을 찌푸리며 잔소리를 하다가도, 이내 “열심히 하자” 하고 달래듯 쓰레기 정리를 해주곤 했다. 하지만 솔직히 속마음은 늘 같았다.

“과연 지금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 걸까, 먹고 있는 걸까?”

쉬는 시간, 식사 시간 후 매점과 자판기로 달려가는 건 학생들의 루틴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 무의식적이면서도 본능적인 행위처럼 보였다.

‘그래, 먹는 걸로는 뭐라 하지 말자…’


그런데 이제 내게도 작은 간식 코너가 생겼다. 초코바, 견과류, 사탕, 커피, 껌.

집을 오가거나 마트에 들르면 간식거리를 한두 개씩 집어와 물건이 떨어지지 않게 잘 채워둔다. 공부를 시작하면 어찌 아는지 금세 잠이 따라붙는다. 그럴 때는 입을 움직여야 그나마 쫓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혼자 조용히 앉아 있으면 평소보다 내 안의 자극들이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분명 가짜 식욕일 텐데, 속이 텅 빈 것 같아 글자가 갑자기 눈에 들어오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조금만 먹어볼까, 하나만 더” 하고 꺼내다 보면, 어느새 책상에는 빈 포장지들이 쌓여 있다.


겪어 보니 공부하며 먹는 행위는 단순히 ‘음식 섭취'를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과 불안을 쫓는 무기이자, 집중을 붙잡는 작은 부적, 그리고 하루 공부를 버티게 해주는 작은 보상이기도 했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문제, 읽어도 곧 잊어버리는 내용에 짜증 지수가 차오를 때면, 나는 마치 속세를 벗어나듯 ‘오늘 저녁엔 무엇을 시켜 먹을까?’라는 진리를 붙잡으며 버티곤 했다.


문득 떠오른다.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했던 질문.

“먹는다고 집중이 더 잘 되니?”

그때는 믿지 못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확신을 담아 대답할 수 있다.

“네, 그나마 조금 더 됩니다.”



오늘의 반성


“공부할 때는 적당히 좀 먹자.”

라며 잔소리하던 나.

하지만 공부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껌을 급히 사서 씹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오늘의 깨달음


1. 아이들 책상 위 초콜릿 껍질, 과자 봉지가 모두 ‘공부를 버틴 흔적’이었.


2. 살이 찌기 시작했다!

것은 혹시...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증거인가?



다음 주 화요일 7시
"누가 책에 수면제 탔니?"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