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보았다.
혼자 차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빛에.
반려견과 함께 공원 벤치에 앉아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뒷모습에.
아이 손을 잡고 걷는 부모의 발걸음에.
지나가는 버스 안, 창밖을 향하던 소녀의 조용한 시선 속에도.
행복이 있다.
말이 없는데, 그 자리에 온기가 있다.
갑작스럽지 않다.
찬란하지도 않다.
물처럼 조용히 스며들었고,
나중에야 알았다.
추운 날 사온 따뜻한 커피에 남은 온기를 느낄 때.
장갑 낀 손끝의 따뜻함을 느낄 때.
한숨이 아닌, 숨결이 느껴질 때.
내 안에 남는 느낌.
하이데거의 존재의 분위기.
정서적 '온도'.
이 공간을 감싸는 공기의 온도.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분위기.
지금, 조금 따뜻하다.
소리보다 먼저 도착했다.
누군가의 숨소리,
강아지의 흔들리는 꼬리,
햇살이 비추는 각도.
바뀐 것이 없는데,
오늘은 괜찮은 날이다.
이유 없이 괜찮은 날.
그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행복하다.
어릴 적엔 주어지는 것이라고 믿었다.
누군가 웃어야 나도 웃을 수 있었다.
한때는 찾는 것인 줄 알았다.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행복은,
찾는 것도 아니다.
받는 것도 아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것.
이미 내 곁에 있었기에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혼자 있어도 체온이 식지 않도록 스스로를 감싼다.
무리하지 않고,
억지로 웃지 않으면서도,
온기를 잃지 않도록.
온도는 숫자가 아니다.
느낌이다.
어제보다 조금 따뜻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대단한 큰일이 없었고,
상처도 없었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 수 있었다면,
그걸로 충분한 하루다.
너무 뜨거운 날.
가끔 무너진다.
뜨거운 기쁨 뒤엔
오히려 외로움이 찾아온다.
빨리 뜨거워지면, 빨리 식는다.
서서히 따뜻해지는 감각.
순간의 불꽃이 아닌, 오랜 시간 유지되는 체온.
리듬이 있다.
한 박자 빠르면 조급해지고,
한 박자 느리면 당황스럽다.
그래서 오늘은, 내 호흡의 속도로 걷는다.
걷다 보면 강아지가 멈춘다.
나도 같이 멈춘다.
그 자연스러움이 좋다.
누군가와 같은 속도로 걸을 때.
한쪽이 이끌지 않고,
같이 흐를 때.
행복하다.
차가운 말 한마디에 모든 게 식는다.
식으면, 마음은 얼어붙는다.
그럴 때,
굳이 뜨겁게 위로하려 하지는 말자.
그저 약간의 온기만 놓지 않으면 충분하다.
말보다 등이 먼저 반응한다.
등에 닿는 바람이,
겨울인지 여름인지,
계절을 알려주듯.
마음도 그렇다.
머리가 아닌, 등으로 먼저 느낀다.
식지 않은 말,
차갑지 않은 시선,
식탁 위에 남겨진 따뜻한 국물.
사소한 온도가 하루를 지킨다.
크지 않았다.
작고 조용했다.
그래서 자주 지나쳤다.
지나친 뒤에야, 행복인 걸 알았다.
지금도 그런 시간일지 모른다.
나는 쓰고 있고, 누군가 읽어 준다.
말없이 나누는 감정의 흐름.
이 결.
그리고, 이 온도.
차가운 계절을 건너 돌아보았을 때,
'그때 따뜻했었다'
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굳이 뜨거운 삶이 필요할까.
따뜻함이 남아있는 미지근한 삶.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내 온도를 확인한다.
손끝이 따뜻하다.
커피는 식지 않았다.
숨소리도 가볍고,
그래서, 지금 나는 괜찮다.
소박함이 행복이다.
오늘도 나는 애써 찾으려 하지 않고,
굳이 만들려 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며 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