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라떼라구

by 늘람

나는 햇빛이 가장 오래 머무는 창가를 좋아한다.
조용하고, 따뜻하고, 아무도 나를 만지지 않는 자리.
그곳에 앉아 있으면
세상의 소음도, 사람의 손길도, 잊을 수 있다.


나는 조용한 존재다.
조심스럽고, 예민하며, 내 마음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아무리 부드러운 말로 다가와도,
나는 손끝의 의도를 먼저 읽는다.


그리고 그 녀석.
행복이.

처음부터 시끄러웠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엉덩이를 흔들며 다가와서는
매번 뭔가를 내 앞에 놓고 간다.

공처럼 생긴 물건,
인형 같은 것들.


나는 관심 없다.

아니, 관심이 없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녀석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등을 돌리면 더 가까이 왔고,
내가 낮게 으르렁거려도 물러서지 않았다.


나는 방어해야 했다.
세상은 내게 늘 조심하라고 말해왔다.
한 번 허락한 틈으로,
무례가 스며들고, 고통이 시작된다고.


그래서 난 날을 세웠다.
날카롭게, 정확하게.
그리고, 이번에도.

내 발톱이 그의 얼굴을 스쳤을 때,
행복이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는 걸 보았다.


그렇지만 행복이는 짖지 않았다.
물러났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스스로를 가만히 다독였다.
‘잘했어. 지켜낸 거야.’
그런데 묘하게 시끄러웠다.


행복이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행복이의 장난감도, 꼬리도, 조용했다.


다음 날 아침,
행복이는 없었다.
집안이 조용했고, 아빠집사의 발걸음도 무거웠다.


나는 내 자리에서 내려와 위층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행복이의 빈 쿠션을 바라봤다.

잠시. 아주 잠시.


그리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 자리에 앉아 햇살을 받았다.


그날 오후, 행복이는 돌아왔다.
눈 한쪽이 조금 부어 있었고,
걸음이 평소보다 느렸다.

그런데, 행복이는 내 쪽을 보지 않았다.


내가 있는 창가를 지나,
위층 계단 앞에 조용히 누웠다.

가까이 오지 않았다.
나를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 거리가,
낯설고도 익숙한 온도를 만들었다.


나는 등을 돌렸지만
귀끝은 자꾸 그쪽을 향했다.
움직이는지, 숨을 쉬는지,
무슨 기척이 있는지…
내가 그걸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싫었다.


나는 행복이를 원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행복이가 나를 좋아한다는 걸
자꾸만 잊을 수 없게 되는 게 싫다.


나는 아직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언젠가 말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너무 가까이 오지는 마. 하지만… 거기에 있어는 줘.

작가의 이전글기대-위치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