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기억의 외재화 – 구글 효과와 검색 중심 사고

by 늘람

⚠️ 이 글의 성격에 대한 안내

이 글에 포함된 분석과 추론은 저자의 개인적 사유에 기반한 탐구 과정이다. 언급되는 각 연구들은 다양한 한계가 존재하며, 그 정확한 해석과 의미는 관련 분야 학자들의 추가 연구가 축적되어야 명확해질 수 있다. 이 글은 '확정적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각해 볼 만한 **'흥미로운 질문들'**을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는 언제부터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게 되었을까

MZ세대를 관찰하다 보면 하나의 흥미로운 현상과 마주한다. 이들은 더 이상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기억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부모님의 번호, 가장 친한 친구의 번호조차 스마트폰 없이는 떠올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변화의 시작점을 추적해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기억의 외주화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2000년대 초반 휴대전화의 보급과 함께 시작되었다. 2003년 출시된 노키아 1100 같은 초기 휴대전화에도 이미 '전화번호부' 기능이 있었고, 최대 50개의 연락처를 저장해 이름으로 검색할 수 있었다. 번호를 직접 누르는 대신 이름을 선택하는 순간, 기억의 방향이 조용히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기억이 사라진 것일까, 이동한 것일까

2011년 컬럼비아 대학의 베치 스패로(Betsy Sparrow) 교수는 네 차례에 걸친 체계적인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어려운 퀴즈를 푼 후 다양한 단어에 대한 반응 속도를 측정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구글", "검색", "야후" 같은 단어에 일반 단어보다 더 빠르게 반응했다. 무의식 중에 검색과 관련된 개념이 활성화된 것이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40개의 사소한 사실들을 타이핑하게 했다. 절반에게는 "이 정보는 컴퓨터에 저장됩니다"라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이 정보는 삭제됩니다"라고 말했다. 30분 후 기억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저장된다고 들은 그룹이 정보 자체를 더 잘 기억하지 못했다. 대신 그들은 '어디 폴더에 저장했는지'를 더 정확하게 기억했다.


연구팀은 이를 '구글 효과' 또는 '디지털 건망증'이라고 명명했지만, 과연 이것이 단순한 건망증일까? 반대 해석도 만만치 않다.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고백했다: "책을 읽을 때 20페이지만 넘어가도 무의식적으로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구글에서 뭔가를 검색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실제로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들도 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기억의 소멸이 아니라 기억의 재배치일 수도 있다. 인간은 원래 그래왔다. 심리학에서 '트랜잭티브 메모리'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다. 1985년 하버드 대학의 다니엘 웨그너(Daniel Wegner)가 연구한 이 개념은, 부부나 팀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종류의 정보를 분담해서 기억하는 체계를 말한다. 한 사람은 길을 잘 기억하고, 다른 사람은 사람들의 이름을 잘 기억한다. 개인의 기억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집단 기억이다.


웨그너의 실험에서 연인 관계인 참가자들은 개별적으로 정보를 암기할 때보다 서로 역할을 분담했을 때 전체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할 수 있었다. MZ세대에게는 이 기억 파트너가 바뀐 것 같다. 가족이나 동료 대신 구글과 네이버가, 스마트폰이 기억을 나누어 가진다. 외부 저장소가 마치 확장된 해마처럼 기능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세대 내부의 미묘한 스펙트럼

물론 MZ세대라고 해서 모두 같은 패턴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1981년생과 2009년생 사이에는 거의 30년의 차이가 있고, 이들이 자란 디지털 환경도 상당히 다르다.


초기 MZ세대(1980년대 초-1990년대 중반 출생)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했다. 이들은 백과사전을 찾아보던 기억과 구글 검색의 편리함을 모두 안다. 따라서 정보를 외우지 않는 것에 대해 약간의 불안이나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후기 M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는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이 있었다. 이들에게 '정보를 외우지 않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외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지역별,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차이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과 수도권은 2000년대 초부터 초고속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었지만, 일부 농촌 지역은 상대적으로 늦었다. 최신 스마트폰과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사용하는 학생들과 구형 기기로 와이파이에 의존하는 학생들 사이에는 정보 접근 패턴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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