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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최늘샘 Jul 28. 2022

지구별 사진일기 09

파스토의 천사 크리스티안

+

눈을 뜨니 병원이었다. 하얀 형광등,

들것에 실려 엑스레이를 찍고

새하얀 1인실로 옮겨졌다. 오른팔 정맥에

바늘이 들어가고 붉은 핏속으로 주사약이 들어간다.

응급실을 이용하는 건 평생 처음이다.    

++

꿈은, 이루라고 있는 게 아니라,

깨지라고 있는 것인가 보다. 그런데도

또 꿈을 꾸는 게, 살아있는 나와 우리의,

삶의 길인지도 모르겠다. 살아있는 동안은,

아마 다시 꿈을 꿀 거야.


+++

그런 나를 안쓰럽게 여긴 스물한 살의 간호사

크리스티안이 자신의 집으로 나를 데려왔다.

크리스티안과 어머니 스텔라 씨는 작은 집에서

버려진 개 네 마리와 함께 산다. 천사 같은

그들에게는 버스 강도를 당한 외국인 여행자인 나 역시

집 잃은 강아지처럼 불쌍해 보였나 보다.


-

『지구별 방랑자』, 106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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