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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야옹 Nov 16. 2019

2화. 과거 있는 고양이

봄이는 삼촌을 잘 따랐었다.

어느 여자고양이보다 우렁차게 와옹와옹거리며 삼촌을 쫓아다녔다.

밤늦게 혼자 찬밥을 드시는 삼촌 옆자리를 지키곤 했다.

그렇게 둘은 3년 남짓을 함께 했다.

작년 봄, 삼촌이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였다.

봄이는 혈뇨를 보기 시작했다.

꾸준히 약을 먹은 덕에 올해 들어서야 완치됐다.

봄이의 병은 삼촌의 부재로 인한 우울증 비슷한 거였던 것 같다.

봄이에겐 과거가 있다.

걔는 아직도 종종 모래가 아닌 화장실 타일, 대야에 똥을 싸는데,

삼촌은 전 주인에게 그렇게 교육받은 거 같다고 했었다. 

봄이는 전주인에게 버림받고 유기동물 센터에서 지내던 애다.

그런 녀석이 겁도 없이 새주인 삼촌한테 또 정을 퍼줬다.

지금은 우리 가족에게 사랑을 퍼준다.

작은 상처라도 쌓이다보면 쉽게 정을 주려고도, 받으려고도 안하기 마련인데.

마치 마음이 ‘사막화’되는 것처럼... 

이별도 상처도 두려워하지 않는 멋진 고양이.

적막함도 쓸쓸함도 쫓아내는 천하무적 수다쟁이 봄이.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사막화된 마음에 나무 한그루를 심는 일이 아닐까.

그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씨앗을 퍼뜨린다. 

마음엔 다시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난다.

지구에 파견된 봄이 용사, 

오늘도 닝겐 마음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심기 프로젝트에 열심이다. 

일당을 달라냥~! 오늘도 냉장고 앞에서 시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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