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과거 있는 고양이

by 늘야옹

봄이는 삼촌을 잘 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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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자고양이보다 우렁차게 와옹와옹거리며 삼촌을 쫓아다녔다.

밤늦게 혼자 찬밥을 드시는 삼촌 옆자리를 지키곤 했다.

그렇게 둘은 3년 남짓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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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삼촌이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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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교통사고였다.

봄이는 혈뇨를 보기 시작했다.

꾸준히 약을 먹은 덕에 올해 들어서야 완치됐다.

봄이의 병은 삼촌의 부재로 인한 우울증 비슷한 거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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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에겐 과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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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는 아직도 종종 모래가 아닌 화장실 타일, 대야에 똥을 싸는데,

삼촌은 전 주인에게 그렇게 교육받은 거 같다고 했었다.

봄이는 전주인에게 버림받고 유기동물 센터에서 지내던 애다.

그런 녀석이 겁도 없이 새주인 삼촌한테 또 정을 퍼줬다.

지금은 우리 가족에게 사랑을 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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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상처라도 쌓이다보면 쉽게 정을 주려고도, 받으려고도 안하기 마련인데.

마치 마음이 ‘사막화’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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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도 상처도 두려워하지 않는 멋진 고양이.

적막함도 쓸쓸함도 쫓아내는 천하무적 수다쟁이 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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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사막화된 마음에 나무 한그루를 심는 일이 아닐까.

그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씨앗을 퍼뜨린다.

마음엔 다시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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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파견된 봄이 용사,

오늘도 닝겐 마음의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심기 프로젝트에 열심이다.

20180915_002945.jpg 일당을 달라냥~! 오늘도 냉장고 앞에서 시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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