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벽을 쌓아올렸던 적이 있다.
세상과 나, 타인과 자신 사이에.
벽과의 땅따먹기에서 나는 맨날 졌다.
내 세상은 점점 더 비좁아졌다.
그 안에선 너무 기쁜 일도, 너무 슬픈 일도 없었다.
살갗에 느껴지는 벽의 존재에 나는 안도했다.
슬픔을 겪고 난 뒤의 트라우마였다.
기쁨도 달갑지가 않았다.
기쁨 뒤에 따라올, 그만한 크기의 슬픔이 무서웠다.
모든 종류의 감정의 요동이 피로했다.
그저 잔잔한 삶이기를 바랐다.
벽의 견고함이 증명한 건 그 벽의 단단함이 아니었다.
고작 거기에 기댄 나 자신의 연약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