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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야옹 Nov 22. 2019

3화. 숨는 고양이

견고한 벽을 쌓아올렸던 적이 있다. 

세상과 나, 타인과 자신 사이에.



벽과의 땅따먹기에서 나는 맨날 졌다.

내 세상은 점점 더 비좁아졌다.



그 안에선 너무 기쁜 일도, 너무 슬픈 일도 없었다. 

살갗에 느껴지는 벽의 존재에 나는 안도했다.



슬픔을 겪고 난 뒤의 트라우마였다. 

기쁨도 달갑지가 않았다.

기쁨 뒤에 따라올, 그만한 크기의 슬픔이 무서웠다.

모든 종류의 감정의 요동이 피로했다. 

그저 잔잔한 삶이기를 바랐다.



벽의 견고함이 증명한 건 그 벽의 단단함이 아니었다.



고작 거기에 기댄 나 자신의 연약함이었다.




콩, 너 많이 컸다. 이제 토끼보다 커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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