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가 나에게 원하는 건 뭘까

생각이 너무 많아서 죽지 못하고 계속 살아있어

by 는개





나에게 '마흔'은 늘 죽고 싶다고 생각하던 나이였어요.

미리 말해두지만, 랭보나 이상, 다자이 오사무 같은,

그 시절 그렇게 좋아했던 그 이들을 동경해서 그런 건 아니에요.

단언컨대 저는 그만큼 대단하지도,

제가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는걸요.


'나'가 뭔지는 규명해야겠다는 마음이 나를 붙잡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주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죽고 싶어 했던 나이,

[살아있다]는 마음이 자꾸 부유해요.

저도 이럴 줄은 몰랐어요.











가끔은

아니,

자주

몸에 일부러 상처를 내요.

살아있다는 걸 실감해야겠어서.


손발톱을 바짝 잘라 살을 함께 뜯어내거나

손목을 긋거나 허벅지를 과도로 찌르면

빨갛게 피가 맺혔다가 흘러요.

흐르는 것들은 가만있지 않고 어디론가 흘러가요.

그 흘러가며 내는 길을 보며 살아있음을 느끼다가

순간순간 왜 사는지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합니다.


요즘 병원에 가는 날이면 선생님에게 물어요.

왜 살아야 하느냐고.


선생님은......

.

.

.










사실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 말고는 그 어떤 것도 머리에 있질 않아요.

앞으로 따위에 뭐가 있을 거라고 꾸역꾸역 사는지.


특히 우울이가 왔을 때 한 번 시작되면,

모든 것들이 나를 덮어서

반지하 집에 사는 곰팡이 냄새처럼 끈질기게 없어지질 않아요.


어떤 때는 결국 생각에 잠식당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빠져나와 다급하게 일상 속에 숨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쁘지만은 않아요.

없어서 보이는 것들이 생겼습니다.


이전처럼 미래를 보고 살지 않으니 오늘에 충실하게 돼요.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니 싫은 건 말자고.

살아온 궤적이 있어 비싼 옷 한 벌 사지 못하고, 비싼 신발 하나 살 용기도 없지만 그래도 의무적으로 해야 했기에 참고 또 참아가면서 억지로 했던 많은 것들을 외면하고는 있어요.


싫은 걸 하려 하지 않고

싫은 걸 생각하지 않고

싫은 걸 얘기하지 않고

싫은 걸 보려 하지 않아요.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고 뚜렷한 제 배우자가 보기에는

조족지혈이라고 해도 비웃을 만큼 아직 멀었겠지만(웃음)

나를 생각해 보는 만큼 너라는 하나의 세상을 재구성해봅니다.

'배우자'라는 명칭이 이렇게 깊은 말인지 몰랐어요.


오늘을 산 적이 없는 나는,

처음으로 오늘을 살아보며 배우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나를 가르치고 있어요.


매일 세상이 달라집니다.

둘만 있는 지금을 즐기며 오롯이 나에게 잘해주려 노력한다는 배우자의 말을 새기며, 그 무엇들을 봅니다.

내가 어디론가 가는 건지, 제자리를 돌며 방향을 바꾸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건 무엇인가가 달라 보인다는 거예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사실은 제자리고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것뿐인 줄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