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나의 단면

전혀 모르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by 는개



요즘 스레드를 시작했다.

글로 하는 인스타그램 같은 곳이라길래 한 순간의 짧은 단상을 좋아하는 내가 좋아할 만한 것 같아서.

계정을 개설하고 며칠이 지났는데, 이런 글이 눈에 들어왔다


스친 님들 창작 글짓기 백일장 한번 해보실까요?
아래 단어에서 3개 이상을 골라서 시 또는 짧은 산문으로 적어보세요.
[초승달, 비, 햇살, 해밀, 풀잎, 흙내음, 발걸음, 뒤꿈치, 치마, 손목, 손바닥, 단발머리, 철쭉]



저 단어들이 소속된 풍경들이 머릿속에 휙, 지나쳤다.

그 컷, 컷, 컷, 컷, 컷을 잇고, 잇고, 잇고, 이었다.


햇살이 비 내리듯 하던 날,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창문 쪽인 것 같아 다가가니 움직이는 발소리가 들렸지요. 내다보니 어떤 단발머리 꼬마아가씨가 후다닥 도망가는 치맛자락이 벽 코너로 사라지네요. 창문 턱엔 작은 손바닥 자국이, 밑의 진흙에 신발 앞 코가 콩콩 눌린 자국이 있었어요. 뒤꿈치를 들고 까치발을 한 꼬마아가씨가 창문 안을 보고 있었나 봐요. 무슨 일이지?

잠시 후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문이 열리니 풀잎 반 어린이가 빼꼼, 얼굴을 내미네요. 등 뒤에 양손을 후다닥 감추며 웃네요. 의아한 얼굴의 나를 보고 싱긋 웃은 아이의 별 같은 손이 내 손목에 닿습니다. 제 쪽으로 밀리는 손등에 콩, 도장이 찍힙니다.

'참 잘했어요!'라는 말이 손등에.
풀잎반 선생님이 반에서 쓰는 스탬프예요. 유아야, 뭐 해? 원장님 슬퍼 보여서 칭찬해 주려고요! 으응? 우리 반 선생님이 제가 글자 틀리게 써서 슬푸면 잘했다고 도장 찍어줬어요. 원장님 슬푸지 마세요. 그리곤 휙, 새침한 얼굴로 가버리네요.

물끄러미 손등을 봅니다. 참 잘했어요, 참 잘했어요...
바깥에 분명 햇빛이 비를 내리고 있었는데, 그저 밝네요.
오늘은, 날씨가 잘 한 날인가 봐요.




지금 내 마음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동화가 나왔다.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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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한 줌 닿지 않는 날들을 장식 없이 쓰고 있는 사람. 다시 찾아온 우울을 수사 없이 적어두며, 이 기록이 시간의 사라지지 않는 자국이 되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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