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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느리 Oct 19. 2022

엄마 아빠는 대체 왜 결혼했을까?

원수 같은 배우자

"엄마, 엄마는 아빠랑 대체 왜 결혼했어?"

내 물음에 엄마는 그저 멋쩍게 웃어넘긴다. 항상 궁금했다. 엄마 아빠는 대체 왜 결혼했을까?


난 단 한 번도 우리 부모님이 사이가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부부 사이가 어찌 좋기만 하겠냐만은 우리 엄마 아빠는 싫은 걸 넘어 서로를 거의 원수 보듯 할 때가 더 많았다. 내가 어릴 적부터 자주 다투셨고, 사랑한다는, 그런 비슷한 애정표현을 나누신 기억도 별로 없다.


아빠가 말하길 요즘에는 옆에서 숨만 쉬어도 혼난다며... 이제는 아빠의 존재 자체가 엄마에게는 화가 나는 이유일 정도가 된 듯하다. 아빠가 가벼운 스킨십이라도 할라치면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라 거친 말로 아빠를 뿌리친다. 실제 두 분은 각방을 쓰신 지도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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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겐 새로운 식구가 되신 시어머니, 시아버지. 두 분 역시 '원수' 비슷해 보인다.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아버님 뜻에 따라 어머님은 한평생을, 환갑이 넘으신 지금의 나이에도 여전히 많은 것을 포기한 채 살아가신다.


두 분의 대화가 삐끗 어긋날 때면 어김없이 아버님의 호통 소리가 집 전체를 얼어 붙인다. 어느 날엔 그런 어머님께 자꾸 마음이 쓰여 많이 힘드실 것 같다며 위안의 말씀을 드리니 "이 모든 건 죽어야 끝이 난다."며 다소 매운 농담으로 나를 놀라게 하셨다.


어머님 아버님도 대체 왜 결혼하셨을까?

아주 먼 과거에는 두 분도 뜨겁게 사랑하셨을까?


나는 간혹 한적한 길을 거닐다 손을 맞잡은 중년의 커플을 보게 되면 '저 둘은 분명 불륜일 거야.'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당사자에겐 굉장히 불쾌한 오해일 테지만). 우리 엄마 아빠, 그리고 주변의 중년 부부가 그렇게 다정한 경우를 살면서 거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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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는 해, 나는 남편과 결혼을 했다. 그러니까 지금은 결혼 5년 차. 매일같이 손을 맞잡고 다니며 하하 호호. 가족이나 친구들과 있을 때보다 둘이 있을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 매일 저녁 얼굴을 마주 하고 앉아 하루에 있었던 일을 나누는 대화가 끊이질 않고, 또 자기 전엔 서로를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을 한다. 우리는 그렇게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을 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우리도 혹시 10년, 20년이 지나면 엄마 아빠, 어머님 아버님처럼 변해갈까? 두 손 맞잡는 것이 어색해지고 사랑은커녕 서로를 향해 원망을 쏟아붓고 있을까?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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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예인이나 일반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TV 관찰 예능이 많아졌다. 부부 관계나 아이의 양육 등 가족들의 평범한 일상에 관한 내용인데 나는 가끔 그런 프로그램들을 보다 눈물을 주룩 흘린다. '어쩜 부모란 사람들이, 부부란 사람들이 저렇게 할 수가 있지?' 내가 다 서럽다.


가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날카로운 말, 무례한 태도. 옆집 아저씨에게 그보단 친절할 것 같다. 물론 나도 우리 부모에게, 형제에게 친절하지만은 않다. 안 그러고 싶은데 역시 마음처럼 잘 안 되기는 한다. 하지만 남편은 적어도 내가 좋아서, 내가 평생을 같이 하겠다고 선택한 사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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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살다 보면 닥치는 여러 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고, 참아야 하고, 또 희생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처음 만났던 설레고 뜨거웠던 관계가 세월 속에 식어가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그렇지만 얼음장처럼 차갑고 날카롭고 식지 않기를, 잔잔하고도 미지근한 따뜻한 정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우리는 분명 노력할 수 있다.


나는 결코 원수와 함께 살기를 원치 않는다. 흔히들 '자식' 때문에 참고 산다지만, 내겐 참고 살 자식도 없다. 내겐 남편이, 남편에겐 내가, 원수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오래오래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므로 나는 부부생활에 있어 꼭 다짐하는 것이 있다.

• 서로에게 절대 함부로 하지 않기

• 대화 많이 하기

• 사랑한다고 아낌없이 표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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