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이 못 생긴 사람

by 피츠로이 Fitzroy

엄마가 나의 송곳니를 보더니 혀를 쯧쯧 차며 그런 건 또 왜 날 닮아가지고...... 라며 말끝을 흐렸다.
저거 시집가기 전에 이빨 해줘야지,라고 덧붙였던 것도 분명 기억하고 있다. 초등학생 때 일이겠지.
이빨 해준다던 사람이 떠나서 이제껏 안 하고 버티고 있던 건 아니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송곳니가 무섭네요 라고 말했을 때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작년 어느 날 갑자기 확 거슬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지금까지 이게 아무렇지도 않았는지 자신에게 놀라울 정도로.

“유야, 나 로또 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뭔지 맞혀봐.”
“뭔데?”
“이 왜소치 크게 만들고 싶어. 로또 되면 꼭 해줘.”
“...... 그거 얼마 안 해, 내일 바로 가서 해도 돼.”
“아..... 그래?”
나는 로또 돼야 할 수 있을 만큼 비싼 줄 알았다(치과랑은 안 친하다).
내일 바로 가서 한다는 게 임신 사실을 알게 돼서 미뤘고, 세 달쯤 지나 유산 사실을 알고 난 후 허전할 이유가 없는데 몸과 마음이 휑한 기분이 들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빨이 작은 게 문제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흐흐.
아무튼 나는 2020년이 되어 작은 이빨을 통통하게 만들어줘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예전 직장에서 날 처음 본 상사가 이빨이 못 생긴걸 보니 엄마 속을 많이 썩였나 보네, 라는 앞뒤 안 맞는 말을 건넸을 때가 떠오르네. 새해 돼서 38살 됐는데 참 오래 걸렸네. 엄마 마음에도 들겠지.

왜소치가 정상치로 바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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