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행복>
출근길 버스 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척 맨지오니의 필소굿(Chuck Mangione, Feel so good)을 듣다.
내가 스무 살이 된 2002년에는 싸이월드 배경음악으로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던 시기였다.
인기가요가 나오면 가벼운 타입, 비주류에서 고른 음악이면 뭘 좀 아는 타입, 가사가 없는 경음악이나 클래식이 나오면 심오한 타입,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팝송이면 딱 무난한 타입.
그래서 싸이월드 배경음악을 설정하는 데 큰 고심이 필요했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위해 도토리를 열심히 사야 했다.
대학생이 된 첫 봄, 내가 좋아하게 된 남자의 싸이월드를 처음 방문했을 때 척 맨지오니의 필소굿이 흘러나왔었다. 가사가 없는 음악이다. 나는 이 음악을 그때 처음 들었는데 ‘헤에..... 역시 이런 명곡을 듣는 사람이었어’ 감탄했다.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 불법 다운로드를 해가지고(죄송합니다, 그땐 다 그랬죠? 저만 그런 거 아니죠?) 또 그걸 열심히 들었다. 등하굣길에 듣고, 캠퍼스 걸어 다니며 벚꽃 구경하며 듣고.
그러니까 내가 오늘 버스 타고 벚꽃 구경 한참 하는데 이 음악이 흘러나오면 행복할 수밖에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