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삐삐 번호

by 피츠로이 Fitzroy

오늘의 행복 65/365


드라마를 잘 안 보는 이유는 극 중 인물에 과하게 몰입해서 보느라 일상까지 영향이 끼치기 때문이다. 영화는 현실로 돌아오기까지 비교적 시간이 짧은데, 드라마는 길이가 기니까 딴생각을 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에서 자꾸 멍 때리고 있는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것. 드라마 하는 시간인데 못 보는 상황이 되면 손톱이 뜯고 싶어 미칠 것 같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열심히 보고 싶는 드라마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다. 90년대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닌 나에게 너무 친근한 배경이라.

집에 빨간딱지 붙고 아빠 빼고 엄마랑 동생이랑 이모네 집으로 야반도주한 기억 나도 있지. 삐삐 음성 들으려고 공중전화에서 앞사람 빨리 전화 안 끊나 호주머니에 가득 채운 동전 만지작 거리며 기다리던 뽀시래기 시절이 나도 있다. 너무 놀라운 건 내 삐삐 번호가 아직도 생각이 난다는 것. 처음으로 핸드폰을 샀을 때 쓰던 번호도 아직 외우고 있다. 017-316-3322.

기억이란 몰까. 유우야는 자기 외국인등록번호(우리 주민등록 번호와 똑같은 자릿수)도 못 외우는데. 012 나 017 번호로 지금 전화 걸면 없는 번호라고 떠요. 걸어 보지 마세요. (난 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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