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소독제가 참 좋아 보이네

by 피츠로이 Fitzroy

오늘의 행복 89/365


우리 동네에 엄청 고급지고 개성적이고 비싸 보이는 카페가 있어 눈여겨보다 남편이랑 방문했다. 예술에 종사하는 분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게 분명했다. 나 같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심오함이 거기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칠천 원이라 유우야랑 우리 오래 있다 나가자 했다.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며 둘러보는데 코로나 시대에 걸맞게 손소독제도 잘 비치해 둔 걸 발견했는데, 손소독제까지 너무 고급진 거다. 디스펜서의 모양도 그렇고 손소독제라고 안 쓰고 브랜드 로고 스티커를 붙여 논 것도 멋지고, 심지어 손소독제가 옅은 갈색을 띠기까지!

뭐야, 이거 엄청 비싼 거 아냐? 나 이런 건 처음 봐. 한 번 발라봐야지.

꾸욱 눌러 열심히 손바닥을 문질렀다. 으음 역시 비싼 거라… 처음엔 기분이 좋다가 갑자기 느낌이 싸했다. 손가락이 즈들끼리 쩍쩍 들러붙는데 잘 못 됐구나 싶었다. 조용히 조심히 다시 손소독제가 있는 자리로 돌아가 디스펜서를 노려보았다.

“혹시… 너… 시럽이니…”

직원이 봤을까 봐 카페에서 도망 나오려는데 그 직원이 날 불렀다. “손님, 커피 나왔습니다.” 나는 손가락이 끈끈이처럼 서로 붙어서 그 커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유우야, 커피 좀 들고 와.” 소리치고 크고 육중한 카페 문을 열 수가 없어 손등으로 밀고 나왔더니 시럽 자국이 유리문에 선명하게 찍혔다. (마음의 쿵 소리)

유우야한테 바보냐고 10분 잔소리를 듣다가 물티슈 세 장을 쓰고 직원이 봤을까 봐 거기 오래 못 있었다는 얘기(를 이렇게 길게 썼다).

여기서 교훈은 뭐다? 좋은 거 탐하다 X된다.

대충 이런 데임 느낌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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