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뉴로그림입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는데, 억지로 질문들을 받아보았어요. 후훗
오늘의 작가에 떠서 그저 오잉 얘는 뭐야 신기한 마음에 구독하신 분도 있으실 텐데
(그런데 왜 오늘의 작가가 아니라 한 달간 작가죠..? 장기 집권에 괜히 욕먹는 중)
혹시 궁금한 점이 더 생기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Q. 프로필 그림은 작가님 얼굴을 그린 건가요?
A. 반은 맞고 반은 아닙니다. 15년 전 대학교 졸업 앨범 사진을 보고 그린 것이거든요. 제 예전 얼굴을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린 것이긴 하나, 현실 세계 제 지인들도 저인지 모를 그림이랄까요. 1차 가공 : 화장발, 2차 가공 : 각도발, 3차 가공 : 사진발, 4차 가공 : 그림발. 직접 본인이 그린 거냐는 질문이라면, 네 맞습니다. 미술 선생님의 막판 터치도 제법 많이 있었지만요. (혹시 그림인데도 저 모양으로 못생겼냐는 말씀이라면, 네.. 죄송합니다..)
Q. 작가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관은?
A. 행복이 아닐까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건강해야겠고, 그래서 운동해야겠고, 그래서 읽어야겠고, 그래서 글 써야겠고, 내 아이도 행복했으면 싶고, 그래서 많이 놀러 다녀야겠고, 세상에 갈 곳은 많고, 그렇게 행복하기 위한 일들을 하며 하루를 채워갑니다.
Q. 요즘 작가님을 설레게 하는 일은?
A. 연재할 시리즈의 내용과 목차를 구상해보는 일, 새로운 브런치북 제목을 생각해보는 일입니다.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길은 스스로 개척하면 되니까요!
Q. 스케줄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점심시간에도 그림을 그리시는 것 같아서요. 하루가 촘촘하실 것 같아요.
A. 음, 사실 스케줄 관리 거의 안 합니다. 그것이 저만의 관리 비법이랄까요? (엥?) 그리하여 제 하루는 촘촘하지 않고 생각보다 듬성해서 하고 싶은 거 언제든 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아주 막사는 건 아니고 큰 틀은 있는 편인데 Workflowy라는 어플로 전반적인 이 달의 해야 할 일을 간략히 써 둡니다. 막판까지 미루고 미루다가 내키면 후닥닥 수행하는 편이에요. 아이폰 메모 어플에 간단히 남기고 싶은 거, 지출목록 등 써두어요. 개인 약속은 구글 캘린더에 남기고요. 하루에 한두 개 있을까 말까 해요. 기본 어플들 사용에, 아주 단출하죠.
최근 주기적으로 정해 놓은 스케줄은 월수 점심 미술 학원, 식물 물 주는 날, 화요일 브런치 발행. 이게 전부네요. 아이들 스케줄 관리도 해야 해서 모든 게 간소한 편이에요. 식재료 등 뭐 사는 건 그때그때 생각날 때마다 해버리고요,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기면 바로 해버려서 목록 자체를 아예 만들지 않는 편이에요. 쌓이면 결국 일이 되니까 생기는 족족 해결해버리는 성미 급한 스타일입니다. 고민의 여지를 거의 두지 않아요. 아, 이거 사야 된다! 생각나면 5초 고민 후 바로 구매하고요. 시간을 아끼는 대신 후회도 별로 하지 않아요. 기본 스케줄은 9시 출근, 5시 퇴근 (9시 16시 회진, 점심시간 1시간, 외래 짬짬이 시간 비면 독서나 글쓰기), 22시부터 자유시간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넷플릭스 보고 독서하고 하고 싶은 거 하는 시간). 역시, 간단하죠? 이상, 듬성한 하루의 의사생활 뉴로그림 편이었습니다.
Q. 작가님이 하시는 일(글쓰기, 의사 일, 그림 창작) 중 어떤 게 제일 좋으신지 궁금합니다.
A. 그때그때 다르지만 요즘에는 글쓰기가 가장 재밌습니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잘하고 싶은 분야이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다시 독서도 재밌어졌어요. 한참 육아에 치여 살 때는 물에 젖은 스티로폼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생존만 하며 살았던 것 같은데, 다시 조금씩 읽기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에요. 즐거운 시간들이죠.
Q. 작가님의 끊임없는 열정의 원천은 무엇일까요?
A. 즐거운 것들을 하며 산다? 좋아하는 것들로 나를 채워가면서 열정이 샘솟게 되는 것 같습니다. 22년 한 해는 열정(과 낙방)의 한 해로 제 인생에서 기록될 듯해요. 1월부터 우연히 시작한 그림 그리기와 3월부터 더 우연히 시작하게 된 글쓰기가 저를 변화시켰어요. 제3의 인생이랄까요. 아이가 있기 전과 있고 나서 제 인생은 급변하였고, 22년 사소한 계기로 또 변화의 시기를 겪어요. 23년은 어떤 한 해가 될지 기대가 됩니다.
Q. J성향의 글은 어떤 글을 말하는 걸까요?
A. 글쓰기에 있어서 J형은 큰 그림을 먼저 보는 유형 아닐까 해요. 미리 책 내용 전체를 다 써두고 야금야금 발행하거나, 브런치 북의 목차와 제목을 우선 구상해 놓고 거기 맞춰 글을 써서 발행해 나가는 거죠. 저 같은 경우는 생각나는 글을 막 써서 그때그때 막 발행하고, 모인 글을 엮어 책으로 내거든요. 계획형은 미리 큰 틀 먼저 짜고, 세부 내용을 이어가는 것 같아요. 질문자님도 여행기의 큰 틀을 짜고 세부 내용을 연재하시니 글쓰기에 있어서도 J 맞지 않을까 싶어요.
Q. 작가님은 글을 쓰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A. 다른 글을 읽다가, 샤워를 하다가, 댓글을 보다가, 문득 소재가 반짝!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런 것들을 단어로 작가의 서랍 속에 일단 제목으로만 남겨놔요. (잊히기 전에 후다닥 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안 그러면 잊어버리거든요. 절대 다시 생각 안 나요.) 그렇게 남겨진 제목들은 진료 중간 환자가 비는 타임이나 점심시간, 휴식 시간에 짬짬이 채워집니다. 한 번에 후루룩 채워질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요. 그러다가 또 다른 해야 할 일들을 하죠. 하다 보면 또 문득 쓸거리가 더 생겨 더 채워집니다. 대강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 pixabay에서 글에 걸맞은 사진을 검색해요. 사진까지 붙어 있는 글들은 거의 완성되어 가는 글들이죠. 1) 제목만 덜렁 있는 글, 2) 내용 조금 붙어 있는 글, 3) 사진까지 붙어 있는 글, 4) PC와 모바일로 바꿔가며 맞춤법 검사 및 퇴고까지 거친 글, 이렇게 서랍이 차요. 퇴고까지 거친 글 중에, 시기에 적합하거나 마음이 동하는 글로 발행합니다. 별 거 없는 내용을 참 길게도 썼죠?
브런치북의 탄생에 대해서는 이전 글(언어영역을 제일 못하고 입시는 논술 때문에 망했지만)에 간단히 기술한 바 있고요. <영어 유치원이 족보라고?> 이 브런치북만큼은 단순히 글 하나로 끝내려다가 길어져서 전체를 구상한 후 개별 글을 풀어내어 연작처럼 된 일례입니다. 나머지 브런치북들은 비슷한 성격의 단편들을 모아 성격에 맞는 제목을 정해 하나의 브런치북으로 엮어냈어요. 예를 들어 어느 날, 글 목록을 죽 둘러보는데, 문득 싸움 이야기가 그룹으로 보이기 시작한단 말이죠? 새로운 글감이 떠오릅니다. ‘아, 전공의 때 싸우던 것도 써 볼까?' 싸움 관련 브런치북 제목을 정하고 (별별 신경戰이 탄생되었네요.) 작가의 서랍에 저장해 둡니다. 이후로 쓰게 되는 글들은 아이디어를 쥐어짜야 해요. 10개 이상 모아야 브런치북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죠. 다른 작가님들이 매거진에 유사 내용들을 쌓아나가다가 그것들을 모아 브런치북으로 내보내는 것과 꽤 유사하지만 조금 다르죠? 보통은 이렇게 간단한 소재를 발판 삼아 단편 단편을 쌓아왔는데, 연작이나 시리즈도 한 번 도전해볼까 합니다. 책 제목과 전체의 틀을 먼저 구상한 후 하나씩 내 보이는 거요.
질문의 의도가 ‘글쓰기 의식’ 같은 것을 묻는 것이라면 딱히 그런 것은 없습니다. 시간 날 때 쓴다밖엔.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백지의 공포를 없애기 위해서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좋아하는 술이나 커피를 마시고 안경을 쓴 다음, 글쓰기를 하는 식으로요. 전 아직 그럴 만한 경지에 이른 수준은 아니라서요. ‘작가의 장벽’을 겪은 일도 없고요. 그저, 짬 내어 씁니다.
Q. 새로 연재하는 작품 제목, <1998 한과영> 한과영은 무엇의 줄임말인가요?
A. '한국과학영재학교'입니다. 무슨 내용일지 궁금해지시나요? 그런데 장르는 로맨스이려나요..!?
Q. 미국 주식, 특히 나스닥은 언제쯤 제대로 반등할 수 있을까요? 저금리 시대가 다시 올까요? 온다면 언제쯤 오려나요? 북한은 왜 저렇게 밑도 끝도 없이 도발을 하는 거죠? 북핵 해결을 위한 적절한 방법이 있을까요?
A. 때 되면 옵니다. 북한은 제 머리로는 잘 이해할 수가 없네요.
Q. 아이가 공부가 하기 싫다고 한다면?
A.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어보고, 그것을 위해 하면 좋은 것들을 말해줄 것 같습니다. '공부'라고 하는 것은 너무도 방대하여,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이 공부겠고,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이 놀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글쓰기를 나름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동시에 제게는 일종의 '놀이'이며 '실험' 같은 것이기도 하니까요. 일단 공부가 공부로 여겨지지 않도록 교묘하게 이끌어가볼 거 같습니다.
Q. 가족들과 외식할 때 가는 맛집 리스트가 궁금합니다.
A. '거대갈비'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여기 기본찬 중에 단호박죽을 둘째가 아주 좋아하고 고기와 계란찜을 아이들이 잘 먹거든요. 하지만 비싸서 점심 특선만 노립니다. 별관에는 예약하면 다 룸으로 주기 때문에 코로나 시절 애용했는데 요즘에는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네요. '공원칼국수'는 매번 줄이 길어 아이들이 칼국수 먹고 싶다 하는 날, 가는 길에 전화해서 주문해 직접 가져와서 집에서 먹곤 합니다. 어른들은 수육과 김치를 시켜 같이 먹어요. 맵찔이 주제에 울면서도 먹습니다. '국보 미역'도 단골이에요. 다른 미역국집은 너무 단맛이 강하던데 이곳은 미역을 오래 우려냈을 때 내는 깊은 맛이 있어요. 아이들이 어려서 아이들 위주로 정해지네요. 1. 소고기 2. 칼국수 3. 미역국을 좋아하거든요. 궁금하신 맛집 리스트가 지역이 멀어서 도움이 별로 안 되지 싶지만 성심성의껏 답해보았습니다.
Q. 브런치 이웃 작가님들 중 만나서 얘기 나눠보고 싶은 작가님이 있다면 싹 다 말해주세요.
저는 비교적 신중하면서도 직관적으로 관심 작가를 모아가는 편입니다. 제가 모아둔(?) 칠십여 명의 관심 작가분들은 모두 만나서 이야기 나눠보고 싶지요. 제게 관심 작가는 소통하고 싶은 작가와도 일맥 상통하거든요. 하지만 제가 수줍음이 많은지라 현실 세계에서 실행은 못하고 그저 환상 속에 남겨두는 중입니다.
Q. 지금 현재 작가님의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1. 출간입니다. 꿈은 꿈이니까요. 그리고 기왕이면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 같고요. 요즘 트렌드라면 ‘언젠가’는 꿈을 이루겠다 싶은데 (방법이야 다양하고 너도 나도 책을 내니까요.) 정직하면서도 정통의 방법이고 싶은 마음입니다.
2. 해외살이입니다. 다른 문화와 다른 언어의 지역에서 여행이 목적이 아닌 삶을 살아내는 과정을 너무 늙기 전에 해보고 싶습니다. 1년 정도 이상 기간을 두고, 경험해보고 싶어요.
3. 나만의 방을 갖는 것입니다. 심심하면 편안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따스한 햇살 아래 그림도 그려보고, 음악도 크게 틀어놨다가, 낮잠도 잤다가, 가끔 글도 휘휘 썼다가.. 치우거나 정리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그런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요. 그곳에서 놀멍쉬멍 유유자적 지내고파요.
Q. 남편이나 가까운 지인이 작가님의 글을 읽나요?
네. 남편은 시작부터 함께 했고 라이킷을 눌러주거나 가끔 조언을 주기도 합니다. ‘가독성 떨어진다, 그림이나 사진 넣어라, 너무 장황하다’ 등? 하지만 영혼 없이 대충 보는 것 같기도 해요. 지인은 시나브로 조금씩 늘어서 스무 명 정도한테 이야기해 보았는데 딱 두 명만 지속적으로 읽고 있어요. 친언니와 고등학교 때 친구 한 명이요. 그들은 실제 제 모습과 숨은 채 필명으로 활동하는 제 모습을 비교 분석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고 해요. 나머지는 알려줘도 ‘어 그래, 그러하냐, (영혼 없이 뭔지도 모른 채) 대단하네 혹은 부지런하네’로 끝이더군요. 그래서 더욱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이제는 주변 지인이 모두 알게 되더라도 어차피 진짜 읽을 사람은 별로 없겠다 싶어 마음이 편안한 상태입니다.
Q. 도대체 신경과라는 곳은 어떤 진료를 하는 곳인지요? 보통 신경정신과라고 하시던데 그 두 가지가 연관성이 있어서 그런 건가요? 비슷한 경우로 피부비뇨기과가 같이 붙어 있는 것처럼요.
A. 정신과의 현재 정식 명칭은 '정신건강의학과'입니다. 신경과는 정신건강의학과에 비해 역사가 짧은 신생과 예요. 1982년 신경과가 생기기 전에는 '신경정신과'로 사용되었지요. 신경과가 생기자, 신경과와 정신과로 이름도 분리되었어요. '정신과'는 2011년부터 과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로 정식으로 명칭을 바꿨고요. 아직도 신경정신과로 등록되어 있는 곳은 82년 이전부터 있던 아주 오래된 의원일 겁니다.
마찬가지로 피부비뇨기과 역시, 1945년 조선피부비뇨기과학회 창립 이후 피부과학과 함께 연구 및 치료를 해왔다가, 1954년 피부과와 비뇨기과로 분리되었으며, 2017년 이후 정식 명칭은 '비뇨의학과'입니다. 피부과가 있기 전에 비뇨기과에서 피부 관련 질환을 함께 진료를 봤기 때문에 여전히 피부비뇨기과가 잔존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연로하신 의사분들 중에 두 개 과를 함께 진료 가능하신 분이 간혹 있지요.
신경과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뇌경색이 있고요, 뇌혈관질환뿐 아니라, 치매 파킨슨 등의 신경퇴행성 질환, 그리고 루게릭 및 당뇨병성신경병증 등의 말초신경질환, 뇌전증, 두통, 어지럼, 수면 질환 등을 봅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불안, 우울과 같은 정동 장애 및 ADHD, 조현병, 급성 스트레스반응 등을 보지요. 성격이 많이 다른 과랍니다.
https://brunch.co.kr/@neurogrim/61
이 글도 참고해보시면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Q. 더 질문해도 되는지, 몇 개까지가 상한선인지 궁금하네요.
A. 상한선 없습니다. 많이 해주시면 좋죠! 질문은 관심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의학 자문은 수가 매겨서 진료비 받을 거고요, 그 외 뉴로그림에 대한 질문들은 모두 성심성의껏 답해드리니 마음껏 제한 없이 해주세요!
길어진 제 질의응답에도 관심 가지고 읽어주신 분들께 긍정의 기운과 복을 나눠드립니다. 22년 한 해 여러모로 감사했어요. 몸 건강, 마음 건강, 오늘 하루도 평온하시길! 새해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