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쉬이 될 줄 알았지
미국에 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들 주변의 다른 비자 거절 소식들을 들려주었다. 어느 대학 교수님이 하와이로 연수 가려고 인터뷰를 봤는데 거절 레터 받았다더라, 어느 주재원이 미국에 들어가려고 준비했는데 인터뷰에서 막혔다더라, 자비로 준비했던 연구 비자가 승인을 못 받았다더라, 온갖 비관적인 카더라가 난무한다. 비자 인터뷰가 잡히고 드디어 서울행이 결정되던 날,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아이들을 호텔에 놔둔 채 인터뷰를 하러 갔다.
인터뷰를 하기까지 대학마다 다른 편이지만 예일대의 경우 많이 더딘 편이며, 학교에 나 거기 갈게 허락해 줄래? 하고 나서 바로 받는, 첫 번째 관문인 DS-2019가 아주 오래 걸렸다. 시기상으로 우리가 지원하고 서류를 냈던 시기가 2024년 11월경이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대략 8개월은 걸린 셈이다. (보통은 이 정도로 걸리는 경우는 잘 없는데 이런 경우도 있으니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여기서 내가 저질렀던 실수 1은 미리 비행기를 7월 중순으로 잡아둔 것이며, (쌀 때 할 거라고, 그리고 아이들 학기가 미국은 8월 말에 시작하므로 미리 적응하려고 했다) 결국 그때까지 DS-2019도 안 나온 상태였고, 비행기를 취소하면서 꽤 많은 위약금을 물어내야 했다. 미리 하려면 변경이 가능한 편도행을 끊거나, 여러 변수가 있기에 사실 비자가 나오고 나서 끊는 편이 안전하다.
실수 2는 내가 너무 일찍 일을 그만둔 것이었다. 7월에는 갈 거랍시고 6월까지만 일했는데, 결론적으로는 8월까지 해도 되는 상황이었던 것. 2달 더 일할 수 있었으면 디즈니 크루즈 값은 더 벌었을 텐데 싶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J2로 따라가는 상황에서 일을 조율하려면 최소한 DS-2019가 나오고 나서 정리하거나 안전하게는 비자가 나오고 나서 하는 편이 좋다. (비자 거절로 아예 못 가는 상황도 생긴다!)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는 끊어두지 않은 상태로 인터뷰 날짜가 8월 중순으로 잡혔다. 아이들 학기가 다가오고 있어 마음이 조마조마했던 상황. 1-2주 이내로 나와야 학기 시작과 동시에 학교에 갈 수 있을 텐데 싶었다. (사실 꼭 그럴 필요가 없는 게, 어차피 가도 시차 때문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바로 간다고 학교에 바로 갈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은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 법.
인터뷰할 때도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빨리 된다더라, 대기 시간이 줄어든다더라, 통통한 백인 남자에게 인터뷰를 해야 빨리 된다더라, 요즘에는 SNS 때문에 무조건 일단은 그린레터를 받는다더라, 그런데 누구는 한 방에 바로 승인 났다더라, 여러 후기를 뒤로 한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대사관으로 향했다. 대사관에는 이미 일곱 시 반부터 줄이 길었다. 예약 시간은 여덟 시 십오 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얼중얼 대사관 앞에서 인터뷰 연습을 하는 학생부터 씩씩하게 할머니 혼자 백팩 메고 서있기도 하고, 가족 단위로 어린아이를 동행한 채 온 식구, 아빠와 딸 둘이서 온 부녀지간 등 여러 부류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