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che gardens Williamsburg, Virginia
다음 중 크리스마스 당일에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1. 디즈니월드에서 크리스마스 기분을 만끽한다.
2. 부시 가든스 윌리엄스버그, 크리스마스 타운에서 시간을 보낸다.
3. 실내 워터파크에 가서 수영하고 논다.
4. 시즌권을 끊어놓은 스키장에서 논다.
5. 한겨울에 여름 기분을 만끽하며 호주에서 여름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6. 집 밖은 위험하니 집에 있는 코타츠 아래에서 귤을 까먹으며 핫초코를 마신다.
7. 사람들을 초대해 성대한 파티를 연다.
사람들은 각자 동네가 가장 살기 좋다고 말한다. 200억짜리 펜트하우스에서 살아본 적도 없잖아, 비교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네가 사는 동네가 제일 좋다는 거야?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저곳 다 살아보지 않고도 자기 동네가 자신의 기준에서는 가장 좋을 수 있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의 우선순위는 다르므로, 꼭 모든 것을 다 경험해 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굳이 상대적인 비교를 해 보지 않아도 충분히 좋다고 느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격이 대중적인 가치의 많은 것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개인에게 모두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으니.
여행하는 곳의 위치나, 하는 행동에 따라, 행복의 순위가 일괄적으로 매겨지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누군가에게는 집에서 귤 까먹으며 핫초코 먹는 순간이 가장 행복할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스키를 타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기분을 함께 만끽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한겨울에 실내 워터파크에서의 수영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수 있다. SNS에 뜨는 친구의 장소나 행동에 부러울 것도 없고, 그 순간의 행복감에 충만할 수 있는 자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는 상황에 맞게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하였다. 코네티컷에서 플로리다 제일 남단 키웨스트까지의 긴 로드트립을 하는 중이었고,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크리스마스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 2번(부시 가든스, 윌리엄스버그)으로 결정했다. 찾아봐도 잘 나오지도 않고, 타국 사람들이 굳이 이곳을 목표로 오지는 않는 곳.
한국과는 달리 미국의 방학은 10여 일 가량으로 짧다. 비록 짧긴 하지만 추운 곳을 벗어나 따뜻한 겨울을 나고 싶었다. 뉴욕을 거쳐, 필라델피아, 워싱턴 DC를 거쳐 몇몇 도시를 지나는 중이었고, 크리스마스이브나 당일에는 온갖 미국 내의 마트나 상점들이 문을 닫는다. 그 와중에 크리스마스에 특화된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Busch gargens Williamsburg. 윌리엄스버그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나라의 마치 민속촌 같은 곳인데, 300년 전의 미국 과거의 모습을 온전히 재연해 볼 수 있는 곳이다. Colonial Williamsburg와 Busch gardens가 유명한데, 둘 다 가기에는 체력과 비용의 문제가 있어 아이들이 좀 더 즐길 법한 부시가든스로 결정했다. 트리스마스 타운으로 꾸며진 테마파크이다. 시즌 한정으로 롤러코스터나 물이 튀는 종류의 놀이기구는 운영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유럽 풍으로 꾸며진 테마 파크 곳곳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아 보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기분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곳이었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15시부터 22시까지 운영하는데 15시부터 모든 입구가 각종 주에서 모여든 차량으로 가득 찼다. 아니 이렇게 정보도 없는 곳에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모여든다고? 미국은 한국처럼 네이버 블로그나 이런 것처럼 정보를 잘 공유하지도 않을뿐더러 대륙이 워낙 넓고 갈 곳은 많아 사실 다 둘러보기도 쉽지 않은 곳인데 자그마한 정보 하나로 온갖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인파에 조금 놀랐지만, 그 모든 어마어마한 양의 차량들이 마치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에 입성할 때 톨게이트를 지나며 입장료를 내듯 주차비를 내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 넓은 부지 전체가 부쉬 가든스였으며, 대단히 많은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3군데 정도를 지나 테마파크 내로 입성할 수 있었다. 디즈니 월드 디즈니 랜드 이런 곳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테마파크는 규모가 상당했다.
한 시간쯤 지나 겨우 차를 대고 입장을 했고, 5시 무렵에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서서히 들어오는 불빛들로 조금씩 마음이 몽글몽글해질 때쯤 처음으로 놀이기구 하나를 탔는데 마침 프랑스 마을까지 이어지는 하늘 자전거 같은 것이었고, 그 무렵 바라보는 일몰은 진귀한 풍경이었다. 사진에 온전히 담기지 못하는 하늘색이 아쉬울 따름. 이 순간 가족과 함께 미국 크리스마스 타운에 머물며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음에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때 단체 채팅방에서 각자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사람들의 행복한 소식이 들렸다. 누군가는 실내 워터파크에서 사슴을 발견하였고, 누군가는 설원에서의 스키를 즐기는 중이었으며, 누군가는 집에서 핫초코를 마시며 귤을 까먹으며, 각자의 상황에 맞게 각자의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꼭 세속의 가치에 맞춰 뭔가 거창한 것을 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그 행복을 어디서든 누릴 수 있는 것이었다. 소소한 순간의 즐거움을 간직한 채 각자의 성탄절을 보내고 있었고 이내 마음이 안온해졌다. 누군가의 말과 행동에 시샘하며 불행을 자초하는 사람들을 가까이했다면 내 마음은 불편했을 것이다. 화려하고 번쩍번쩍한 SNS 속의 일상을 탐하는 사람들 말고,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발견할 수 있는 기쁨을 찾아내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싶다.
호호호, 2025년 크리스마스도 다 갔다. 메리 크리스마스였길. 뱁새가 황새 쫒다 다리가 찢어지도록 행복도 여행도 무리해서 찾아가지는 않으며 적당히 행복한 새로운 한 해를 보낼 수 있길. 그리고 무탈하게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