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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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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Oct 14. 2020

우리는 하나

호수에 내리는 첫 눈을 보다가

저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얘기하다 보면  사람과 생각이 다를 때가 있습니다.그러다 오늘 호수에 첫눈이 내리는 것을 보았을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과 나의 생각이 호수의 물과 눈처럼 보이는 모습은 다를 지라도, 둘이 만나 하나가 되듯이 우리도 그렇게 동화될 것이라고요.

 

 첫 연애를 할 때 쓴 글이다.

 첫 연애여서 서툴러서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서로 전혀 접점이 없는 상태에서 살아오다가 만나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했고, 마찰이 발생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호수에 눈이 내려 떨어지며 사르르 녹는 모습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더란다.

 

 그때는 그 사람과 헤어질 줄 몰랐기에 이런 생각을 했겠지만, 결국 그 사람과 나는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호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허나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 이 생이 한 순간의 찰나처럼 느껴지게 될 쯤에는 그 사람과 나의 차이도 모호해져서 결국은 동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하나의 몸을 가지고 구분되어 살아가지만 죽게 되면 결국 수없이 작은 원소들로 분해되어 또 다른 생명체의 양분이 되고 또 다른 개체가 되기도 한다. 이것이 수 없이 반복되다 보면 그 사람과 나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하나의 물방울과 같다. 추울 때면 눈송이가 되어 하늘을 어지러이 떠다닐 수도 있고 더울 때면 수증기가 되어 뿌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육신이 늙어 흙으로 돌아갈 때가 되면 한 방울의 물이 되어 다시 더 큰 물로 돌아가듯이 대지의, 그리고 우주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지금 나는 생각한다.

 지금은 다르게 보일지라도 결국 우리는 하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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