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영화 <식스센스>
<식스센스>는 아동심리학 전문가 및 상담가인 말콤과 그가 새로 맡게 된 9살 아이 콜의 이야기다. 영화 초반, 말콤은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일에 대한 공헌으로 시장으로부터 상을 받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에 자신이 예전에 맡았던 환자가 자신을 실패작이라고 말하며 말콤을 총을 쏜다. 그리고 그다음 가을, 그와 비슷한 콜을 보고 이전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상담을 맡기로 한다. 학교에서 ‘괴물’이라고 불리는 콜의 비밀은 유령이 보인다는 것.
처음에 그것을 말콤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같은 반 학생의 생일파티에서의 사건 이후 자신에게 진정성을 보이는 말콤에게 그 사실을 고백한다. 그 장면 이후, 영화는 콜의 시선을 활용하며 구천을 떠도는 유령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엑소시즘은 아니지만, <식스센스>는 일반 사람들이 믿지 않는 유령의 존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훌륭한 미스터리 영화다.
<식스센스>는 미스터리 영화지만, 동시에 콜과 말콤의 성장 이야기이다. 외톨이 콜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돈다. 미술시간에는 목에 나사가 박힌 남자를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선생님에게 독설을 뱉는다. 하지만 이것은 콜이 사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유령을 보기 때문인 것.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이 비밀 때문에 그것을 말하는 순간 ‘괴물’이거나 ‘정신병자’가 될 것을 콜은 안다. 그래서 말콤에게도 처음에 ‘당신은 나를 도울 수 없어요.’라고 말한다.
한편, 말콤은 그 사건 이후 소원해진 아내와의 관계를 걱정한다. 그가 있어도 없는 것처럼 그를 대하는 아내와, 내연남으로 보이는 사람까지 나타나면서 말콤도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 너를 도울 수 없다, 라는 말을 콜에게까지 하게 되는 그. 하지만 어느 순간 그도 유령의 존재를 믿게 되고, 콜에게 도움을 바라는 유령의 일을 해결하면서 두 주인공 모두 성장한다.
<식스센스>의 감독인 나이트 샤말란은 미스터리/공포 영화를 찍는 사람이다. 그는 이것 외에도 <언브레이커블> 시리즈(여기에도 브루스 윌리스가 나온다.)를 찍었다. 그의 영화를 모두 본 것은 아니지만, 나는 <식스센스>가 그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거의 모든 사람을 속였던 연출과 잘 짜인 서사가 그렇다.
<식스센스>가 개봉했을 당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극장 근처에서 <식스센스>를 보고 나서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래!’를 외치고 다시는 사람이었다. 이 스포일러는 너무나도 유명해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알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나 역시 이미 영화의 반전을 알고 있었지만, 식스센스는 반전을 알고 봐도 좋은 영화다. 영화의 목적이 애초에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란 것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심리상태가 영화 상의 사건을 겪으면서 어떻게 변해가는 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전이 충격적인 만큼 영화 내적으로 세련된 장치들이 많았다.
1) 유령에 대한 설정 – 그들은 자신이 죽었는지 모르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 장치 덕분에 이 때문에 말콤 역시 자신이 유령인 줄 몰랐으며, 관객 입장에서도 말콤이 콜의 이런 비밀을 안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끔 한다.
2) 아내와의 상황 – 말콤이 이전 환자에게 총을 맡을 당시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했다.(그간의 공적으로 상을 받았을 때 자신의 실패 내지는 실수가 나타난) 말콤 입장에서 변한 자신을 아내가 받아주지 않는 것과 죽은 남편을 생각하며 체념에 빠진 아내의 입장을 교묘하게 편집으로 보여줬다.
이 밖에도 많은 장면들이 있으니 찾아보시길!
학교에서 무엇을 하고 돌아왔냐는 엄마의 말에 발야구에서 홈런을 쳐서 헹가래를 받았다는 콜의 거짓말이 영화의 후반 부에서는 선생님과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도 회복하며 아서왕이 되어 칼을 뽑고, 정말로 헹가래를 받게 되었을 때, 그 보이지 않는 육감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유령을 피해 교회에 숨지 않고, 자신이 뽑은 소품 칼을 휘두르며 "내일이 되면 아저씨를 만날 수 없겠죠."라고 자신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음을 스스로 말하는 장면에서 흐뭇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자신이 유령임을 깨닫고 그제야 아내가 죽은 자신에 대한 마음이 어땠는지를 알고, 살아있을 시절의 미련을 떨치고 떠날 준비가 되었다는 말을 하는 말콤을 보면서 저것이 진정한 사랑이었나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장면을 꼽으라면, 차 안에서 콜이 엄마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진정을 보이고 엄마에게 할머니의 유령 얘기를 하는 순간에는 나 조차도 가슴이 미어졌다.
결국엔 믿음의 문제다. 믿음을 얻기 위해 자신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 이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 <식스센스>는 인간이 가진 오감 말고도 여섯 번째 감각을 사용할 때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