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조직 인터뷰 #4 알파박스 노병희 대표
작은 조직이 일하는 방식을 인터뷰합니다.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 2명의 직원과 2개의 업(공유창고, B2B제조)을 하고 계신 알파박스 노병희 대표님이예요.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셔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직장 때부터 고민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비즈니스 구조도 효율성을 항상 고민하셨던 게 바탕이 되었어요.
알파박스는 2015년 캠핑을 좋아해서 캠핑장비 보관을 위해 짐 보관 창고를 찾던 과정에서 제대로 된 창고가 없음을 알고 공유창고 셀프스토리지 사업을 시작했어요. 공유창고 셀프스토리지는 새로운 개념의 도시형 창고서비스로 미국과 유럽에선 셀프스토리지, 일본에선 트렁크룸, 한국에서는 미니창고 또는 공유창고라고 해요.
공간이 부족한 도시민과 기업에게 현재는 필요없는 물건이지만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있는 물건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요. 또한, 단순히 짐보관을 하는 곳이 아닌, 나만의 두 번째 공간을 원하는 분들에게 삶의 흔적과 추억을 담을 수 있는 개인 창고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드려요.
조선기자재 제조회사에서 직장생활을 10년 정도 했어요. 회사 초기부터 상장 전까지 회사가 성장하는 단계를 경험했죠. 영업직을 했는데 당시에는 팩스로 다른 회사와 소통하고 영업하던 시절이었어요. 거기서 근무하며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캐치했어요.
영업팀에서 일했는데 출근하면 매일 아침 들어오는 패스가 한 100장 정도 돼요. 원래 사장님이 이걸 부서별로 정리해서 전달하는데 그 일을 제가 하게 됐어요. 매일 아침 1시간 일찍 출근해서 밤사이 들어온 팩스를 분류해서 담당 팀에게 전달했어요. 그러다 보니 회사 전반에 돌아가는 걸 다 알 수 있었어요. 회사있을 때도 회의는 거의 안 들어갔어요. 영업팀이 사장 직속 부서기도 했고 회의에 참석하다보면 일(영업) 자체를 못 하잖아요.
당시 전무님에겐 '왜 회의에 안 들어오냐', 대표님에겐 '대표보다 일찍 퇴근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요, 굳이 할 일도 없는데 남아서 야근하는 것도 싫었어요. 영업직이면 일찍 퇴근하고 고객사와 저녁을 먹는 게 맞지 남들 야근한다고 같이 회사에 남아 있을 이유는 없잖아요.
90년대 초고속 인터넷이 나올 때 ERP 도입을 제안하고 도입했어요. 회사 조직이 늘어나니까 사람 수기로 이 모든 걸 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어요. 제일 먼저 했던 게 문서 수발신이었어요. 팩스가 오면 팩스를 스캔해서 ERP 시스템으로 바로 전달하는 거예요. 거기서 클릭만 하면 부서별로 이동되는 거죠. 원래는 팩스 들어오면 원본 보관하고 원본을 복사해서 부서별로 나눠 주는데, 이 비효율적인 시간을 다 줄이는 거죠.
입사 후 2~3년 때부터 창업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조직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사람 관계에 대해서 잘하지도 못해요. 그냥 그 시간에 나는 내 하고 싶은 거 하는 스타일이에요. 사장님한테도 10년 되면 그만둘 거라고 얘기했어요. 9년 10개월 하고 퇴사했죠. 삼일절에 사무실 책상, 의자 세팅하고 그 다음 날 바로 사업자를 냈어요.
배는 제조한 업체에서 게런티 기간이 끝난 후에는 고장 난 부품이나 관리를 해주는 서플라이 업체들이 있어요. 영업팀에 있다 보니 고객사, 제조업체, 외주업체 등 인맥이 생겼죠. 그렇게 당장 매출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조선업에는 법규가 바뀌면 새로운 법규 내용에 맞춰 스펙에 맞는 제품을 기간 내에 설치해야 해요. 제품 스캐치는 할 수 있으니까 변경된 법규에 맞춰 제조할 수 있는 업체를 섭외하고 제조한 거죠. 그때 고안한 제품으로 꽤나 매출을 내서 당시 20억 현금을 들고 있었어요.
단발성 제품이라 시기적으로 매출도 줄어들고 조선 경기도 엄청 안 좋아졌어요. 그동안 번 돈으로 제대로 된 제조업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도전한 분야가 수소 충전 분야였어요. 수입 제품을 3년을 개발해서 국산화해서 영업했죠. 근데 플랜트를 시공하는 업체들이 알고 보니 너무 영세한 거예요. 부도나는 업체도 많고 미수금 받으러 쫓아가야 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인 거죠. 그때가 2007년도였는데요, 마흔이 되면 은퇴할 거라 생각했는데 마흔에 번 돈을 다 날린 거예요. 그때 빚도 많이 생겨서 제일 힘든 시기였어요.
회사 가기가 싫어서 회사 사무실에 들렀다가 차 끌고 바닷가에서 왔다 갔다 했어요. 6개월 정도를 그랬어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뭔가를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기존 고객사에서 요청문의이 왔어요. 독일 수입 제품을 국산화시켜 달라는 요청이었어요. 지금 쓰고 있는 제품에 이런 문제가 있는데 이걸 개선해서 만들어 줄 수 있겠냐고요. 살펴 보니까 할 수 있겠는 거예요. 이거보다 몇 배나 어려운 초저온 관련 제품도 개발했던 경험이 있으니 고객이 요청 온 제품 개발은 아무것도 문제가 안 되는 거죠. 그렇게 개발한 제품을 2010년도부터 지금까지 15년째 제조해서 납품하고 있어요. 월 5천만원 매출이 꾸준히 나는 제품인데 사실상 독점제품이에요.
방통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생각 정리가 많이 됐어요. 부동산 관심이 많아서 갭투자도 하고 그랬는데요, 부동산이 좋은 이유가 주식에 비해 장기 투자가 되잖아요. 내가 원하는 조건을 정한 후 비슷한 물건이 나오면 사는 거죠. 매수하고 난 다음부터는 이걸 주식처럼 쉽게 매도할 수가 없잖아요. 부동산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 들었어요.
그리고 전 사람하고 부딪히는 거 너무 싫으니까 사람하고 안 부딪히는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반짝하고 죽는 사업보다 유행을 안 타는 사업을 해야겠다 기준을 세웠어요.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사업이 괘도에 오르면 신규 경쟁자가 시장에 들어오는데 진입장벽이 있는 사업이었어요.
그때부터 어떤 부동산 사업을 할지 고민했었는데 당시에 애들, 와이프하고 캠핑을 많이 다닐 때였어요. 캠핑을 하기 위해서 새차도 사서 캠핑 장비를 맨날 싣고 다녔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아파트 주차장에 공간들이 보였어요. 다른 아파트도 돌아보니 아파트 주차장에 공간들이 많은 거예요. '이런 공간을 활용해 창고사업을 하면 어떨까?' 라는 아이디어로 사업화를 준비했죠. 하지만 공용부다보니 아파트 입대위와 협의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법적인 이슈도 있어서 결국 접었어요.
한 1년 정도 준비하다가 접으니 짜증이 확 나는 거예요. 이런 생각을 나만 했겠나 싶어서 외국 사례를 검색하니 셀프 스토리지 시장이 바로 나오는 거예요. 미국은 이미 셀프 스토리지 시장이 엄청나게 크게 성장해 있고 바로 옆 일본만 해도 여러 업체가 있는 거죠. 두차례 일본으로 넘어가 가이드에게 현지업체와 계약해보라 하고 계약 프로세스를 경험했어요. 어깨넘어로 보고 그렇게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냥 될 거라고 하는 거지, 아무도 안 하는 사업인데 수요 확인을 어떻게 하겠어요. 처음엔 자금이 많지 않다 보니 자금 부분이 제일 힘들었어요. 두 번째는 없는 서비스를 만들어 낸 거니까 고객에게 이 서비스를 인식시키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첫 지점을 김해 대형마트 근처에 오픈을 했는데 장사하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들이 짐을 맡기겠지 예상했어요. 막상 오픈하고 보니 3개월 동안 손님이 없었어요. 불안하니까 전봇대나 화장실, 우편함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 10종을 만들어서 퇴근하고 나면 김해 시내를 다 돌아다니면서 붙이고 다녔어요. 한 6개월 지나니까 한 명, 두 명 들어와서 1년 만에 다 찼어요.
사업 초창기부터 쉽지 않은 사업이라 생각했어요. 생소한 시장이니 한 10년 이상은 내가 처음 밭을 갈아야 된다 생각하고 뛰어들었어요. 이제 직영점 8개, 가맹점 5개입니다.
애초에 90%는 외부 전문가에 맡기고 우리는 10%만 하면 되도록 구조를 짭니다. 일이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아요. 매일 해야 하는 일, 각자 할 일도 명확히 정해져 있고요. 직원들은 9시 출근해서 4시에 퇴근하거나 일이 일찍 끝나면 더 일찍 퇴근하기도 해요.
내가 팔로우하는 계정은 전부 다 이쪽 업계 관련된 사람들이에요.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 사람들한테 우리를 알리는 게 목적이예요. 해운대 백사장의 모래 속에 있는 바늘 찾기 처럼 외국 업체 입장에서도 우리를 찾기 힘들거예요. 우리를 알리려면 수없이 뿌려놔야 됩니다. 엄청 많이 뿌려야 누구든 비슷한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나타나니까요. 인스타그램, 링크드인도 해요.
최근에 아시아에서 제일 큰 규모의 2곳 업체와 미팅을 했어요. 그중 한 회사는 엑스트라 스페이스라고 작년에 1조 2천억에 매각된 회사거든요. 싱가포르 본사 사장이 서울에 왔을 때 만났어요. 저는 사실 우물 안 개구리예요. 이 사업을 누구한테 배운 게 아니고 스스로 터득했잖아요. 하지만 그들은 그 업계에서 이미 몇십 년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메이저 회사고요. 그들의 시각에서 제가 하고 있는 방식에 대해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숙제 검사 받는 느낌으로 미팅했어요.
이 사업을 저는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봐요. 부동산 개발, 그리고 운영, 마지막으로 창고관리 IT 기술플랫폼이예요. 다른 공유창고 서비스 회사들 중에는 직원이 10명, 20명, 50명까지 있는 곳도 있어요. 저희는 직원이 2명이에요. 굳이 우리가 다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설계는 설계를 잘하는 설계사한테 맡기고 제조는 제조 전문가에게 맡기고 저는 마지막 과정을 체크하고 확인해도 계획에 맞춰 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신 기획과 계획은 우리가 철저하게 해야죠.
1. 망한 경험은 결국 돌아온다?
노병희 대표님이 현금 20억을 날리고 빚도 진 상황에서 재기하도록 일으켜준 경험은 바로 수소충전 제품을 개발했던 경험이었습니다.
그 경험 덕분에 고객사 요청에도 어렵지 않게 제품 개발을 할 수 있었고 매달 5천원 매출을 내는 효자 제품이 탄생했습니다.
2. 일하는 방식은 대표를 닮는다?
직장생활 때부터 야근, 회의를 무척이나 싫어했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선호했다고 해요!
창업 한 후에도 항상 90%는 외부 전문가에 맡기고 10%만 내부적으로 하면 되도록 구조를 짠다고 해요!
3. 사업 구조도 대표를 닮는다!
노병희 대표님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며 정한 3가지 기준이 인상깊었는데요
사람하고 안 부딪히는 사업, 유행을 안 타는 사업, 진입장벽이 있는 사업. 바로 이 3가지 기준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창업에 대한 본인만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직원 2명만으로 2개의 사업체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흥미로웠는데요, 프로세스의 핵심인 10%에 집중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인력 채용과 조직관리에 대한 이슈가 어느 때보다 많은데요, 조직 인원을 늘리기보다 전체 업무의 핵심이 되는 10% 업무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요?
사업 혹은 프로젝트의 전체 프로세스를 10단계로 나눠보세요!
10단계 중 비효율이 발생하는 단계(시간/비용 투입이 높으나 효과는 낮음)는 어디인가요?
우리 조직이 단 하나의 단계만 집중해야 한다면 10단계 중 어느 단계에 집중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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