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사진집이 참 많이 보인다. (정식명칭은 "스티커사진인화소" 정도가 적절하겠지만, 말은 의미보다는 때때로 모양새가 중요한 법도 있는 법이니까. 뭐 아무튼) 하루에도 수천장씩 찍히고 버려지는 사진을 보고 있자면 인생네컷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확실히 대세로 자리잡긴 했나보다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내가 어렸을 때 까지만 해도 사진이라고 하면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여 직접 현상해야 했던 번거롭고 또 거창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5분이 채 안 되어 지금 나의 모습을 뚝딱뚝딱 기록할 수 있으니 세상이 좋아졌다는 점을 새삼 실감한다.
너도 나도 몰려가 사진을 찍는 모습이나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매장들을 보고 있자면 대체 인생네컷이라는 건 누가 만들었나 싶다. 대단한 천재가 하늘의 계시를 받아 뻐저저적! 하는 느낌으로 만들어낸게 아닐까? 물론 아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인생네컷이라는 건 예전부터 쭉 존재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몇 년 전 과거에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기록을 했고, 그보다 더 전에는 디지털카메라. 그보다 더 전에는 필름 카메라, 더더더 전에는 직접 남긴 초상화 등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른바 시대에 맞는 각각의 인생네컷이 존재하는 셈이다.
내 생각에는 200년 전에 그린 초상화나 현대의 인생네컷이 별 차이는 없다고 본다. 하루 종일 붙잡고 앉아 그리는 초상화와 몇 분이면 인화되는 스티커사진이 대체 어떻게 같냐고 할 수도 있지만 변한 건 다만 형식이지 그 아래 깔린 무언가가 아니다. 자신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 기억의 저편으로 날아가지 않도록 붙잡아두고 간직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예전부터 변함이 없었다. 다만 그걸 둘러싼 환경이, 기술이 조금씩 변해왔을 뿐이다. 싸는 물건은 정해져있고 포장지만 조금씩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려나.
마케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집중해야 하는 요소는 다름 아닌 포장지 안에 쌓인 무언가라고 본다. 형식에 집중하자면 사람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들이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대중들의 기저에 깔린 욕망을 읽어낼 수만 있다면 시대에 맞는 포장지로 이걸 감싸는 건 시간문제다. 생일선물을 주고자 할 때 우리가 고민하는 내용은 어떻게 포장할까 보다도 무엇을 선물하면 좋을까이다. 뭐든지 현상은 복잡다단한 반면 원리는 단순한 법이다. 끊임 없이 아래에 깔려있는 무언가를 반추하는 사람. 그런 마케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