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제목을 써보다가 그 중 맘에 드는 제목을 고르고 글을 적어본다.
오늘은 아들이 친구들과 한달에 한번 박물관 체험을 가는날이다.
아들은 어제부터 설레여서 숙제가 안됐다고 할 정도이니, 한 달 중 얼마나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줄 모른다.
아들이 2시간 정도 박물관 체험을 하는 동안 나는 다른 아들친구 엄마들과 수다타임을 갖는다.
수다타임은 서로의 아이이야기만으로도 2시간을 가득 채운다.
서로의 아이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갈수록 애정도 올라가는 것 같다.
아이의 행동도 이해되기 시작하고, 우리 아이와 너무도 다른 성향의 아이를 보면서도 새삼 놀라기도 하고,
아이를 기르는 서로의 양육팁도 전수하고 말이다.
2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아이들이 복귀하면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인다.
그러고 헤어질지, 아니면 다른데서 놀지 정해야한다.
특별히 날씨가 나쁘지 않으면 보통 근처에서 노는데, 오늘은 마침 광화문 물놀이장이 개장하는날.
세종로 주차장 입구에 있는 벽면 분수에서 아이들이 놀기 시작했다.
어느새 두 아이는 윗도리, 아랫도리를 벗고 팬티만 입고 놀아서
마침 광화문 광장을 취재온 사진기자, 영상기자들에게 좋은 영상자료를 연출해줬다.
아홉살 네명의 아이들이 공공의 장소에서
과감하게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은 구경거리가 됐다.
아이들에게 영향을 받아서 한 두명 물놀이 풀장에서 놀던 아이들이 벽면 분수로 왔다.
그러다 스콜이 내렸는데 이게 비인지, 물분수인지
아랑곳하지 않고 즐기는 남자아이들이다.
아마 조금만 더 컸으면 저렇게 시원하게 못 벗겨놓았을것 같다.
아니, 아예 물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을수도 있지.
물의 수질에 대한 걱정 조금, 아이가 추울까에 대한 걱정 조금,
다른사람의 시선에 대한 걱정, 젖은 아이의 옷(여분의 옷이 없었다)은 어떻게 입고가야하나 ......
하지만 이 모든 걱정을 제친건
'그래 지금 나이가 아니면 언제 저렇게 시~원하게 재미있게 놀겠어'
윗도리 아랫도리 벗어제낀 아이들에게 무서울건 없었다.
맨발로 광화문 물분수를 활보하고 다니고
물이 고인 물웅덩이에 얼굴 잠수까지 ....... (엄마한테 걸린 순간 등짝스매싱을 당했지만)
방송 카메라와 사진 카메라는
아이들에게 더욱 과감히 놀아도 된다는 타당한 근거가 됐다.
아이들의 뇌 한쪽은 자기를 찍는 카메라를 의식하고
또 한쪽은 재미있게 노느라 바쁘다.
엄마 눈에는 그 모습이 너무 빤히 보여서 정말이지 사랑스럽고 웃기고 그랬다.
정말이지 앞뒤 생각하지 않고 과감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천진난만함,
단순함이 너무 부러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