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에게 위로 받는 글쓰기

<빛의 과거> 중 작가의 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러는 동안 나의 나쁜 버릇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소설을 따라가는 일기"라는 제목의 파일에는 이런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 그럴듯함, 을 경계하자. 가장 비겁하고 천박한 것.

- 자꾸 외연을 넓힌다. 힘이 덜 빠진 것이다. 힘을 잘 빼면 안무거워지는 한편 안 가벼워진다.

- 왜 집중이 안 돼? 아무 쓸모 없는 화려한 문장만 공들여 만들고 있다니. 이게 공허한 무기 자랑이 아니고 뭔가.

결국 만들어놓은 이야기를 버리는 데에 가장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썼다.


하나, 무조건 짧게, 빨리 쓰자. 그것이 내게는 가장 새로운 소설이다.


둘, 이해받으려고 하거나 편을 들어달라고 하는 글에는 결코 '발견'이 없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신랄한 외부 시선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 '나는 단지 조금 빠를 뿐이에요'라는 설정은 '단지 조금 느릴 뿐이에요'보다 약간은 신선하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는 속셈은 뭐지? 결국 변명 아냐? 라고 반박하는 시선이 반대 방향의 장력으로 잡아당겨야만 이야기라는 평면이 펼쳐지고, 그래야만 누간가가 그것을 읽을 수 있다.


셋, 그 시절 우리 참 치졸하고 나이브 했지. 그래도 과거의 나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없다면 현재의 내 삶에 어떤 새로움이 있겠어.


넷, 도대체, 이 망할 장편을 어떻게 써야 하는 걸까.

이 소설을 쓰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다 하지만 아시는지? 끝난 소설은 무조건 해피엔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