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는 아이, 컨트롤이 잘 되는 아이
"아이가 엄마 말을 어쩜 그렇게 잘 들어요?"
둘째가 두 돌 정도가 되어서 자유롭게 걸어다니게 되었을 때부터, 아빠 없이 아이 둘을 데리고 외출을 하고, 카페가서 커피를 마시고, 치킨 집이나 밥집에 가서 식사를 하는 것이 나에게는 어렵지 않았다. 아니 그건 어려운 일이라기 보다는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매우 즐거운 외출이었다. 아이와 먹고 수다 떨고, 추억을 쌓는 일이었다. 아이들 컨트롤이 잘 되니까
둘째가 세 살일 때에는 집안에 자주 가는 단골 치킨집이 있어서 남편 없이 우리 셋이 종종 갔었다. 우리를 보고 당연히 포장을 해서 집으로 갈 줄 알았던 치킨 집 사장님은 우리를 처음 만난 날
"여기서 먹고 간다고요? 포장 아니고?"
세 번이나 포장이 아님을 거듭 확인했다. 앉아서 얌전히 그리고 즐겁게 수다 떨며 먹는 우리를 보면서 사이다도 선물로 주시고, 안주 과자도 덤으로 주셔서 마음이 너무 열려 있어서 탈인 우리 아이들은 그 치킨 집과 사장님을 그날부터 바로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장님이 주신 사이다를 자꾸 마시려는 아이에게 내가 작은 목소리로
"사이다는 딱 한 모금만, 너희는 아직 어리니까 몸에 해로운 음료는 딱 한모금만"
라고 하자 아이들은 아쉬운 얼굴을 하긴 하지만 정말 딱 한모금만 마시고 더이상 달라고 하지 않는다.
손님이 없어서 우리와 줄곧 대화를 하시던 사장님이 신기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에게? 그럼 정말 사이다 한 모금 마시고 끝인겨? 너네는 엄마 말 정말 잘 듣는구나. 신기하네. 착하다 착해."
그리고 또 질문을 하신다.
"아니 애들이 말을 왜 이렇게 잘 들어요? 신기하네."
우리를 잘 아는 유치원 친구 엄마들도 하나같이 말한다.
"지성, 채윤이는 말을 진짜 잘 듣네요. 집에 가자고 하면 가고, 오늘은 10분만 놀자 하면 10분만 놀고, 엄마가 잠깐 와보라고 하면 진짜 오고."
이렇게 유치원에서 신나게 놀다가도 "지성, 채윤, 이제 10분 뒤에 가자. 우리 실컷 놀았네."라고 하면 아이들은 정말 놀던 것을 손에 놓고 나에게 온다. 나도 가끔은 내 말을 너무 잘 들어주는 아이들이 신기할 정도이다.
알고 보면 별거 없는 비결을 하나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보고 그 놀이를 끝내고 집에 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엄마가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서 갑자기 "야! 약속한 10분 되었으니 가자!"라고 말하지 않고, "채윤아, 지금 (모래놀이) 냄비에 하고 있는 음식 다 만들고 나면 우리 집에 가자.", "지성아, 미끄럼틀 지금 타고 있는 거 두 번만 더 타고 우리 집에 가자."라고 아이가 하는 놀이를 충분히 마무리 짓고 갈 수 있게 말하는 것이다. 어린 아이에게는 1분, 10분, 30분 개념이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자. 어린 아이들에게 딱 5분만 더 놀자고 해도 아이 머리에는 "더 놀자"라는 의미밖에 전달되지 않는다. 시간 개념은 7살이 넘어서야 생기는 아주 고차원적인 개념이다.
시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딱 "약속한 10분 다 됐다. 가자!" 라고 하면 아이들은 반항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제 한창 놀고 있는데, 가버리자고 하면 그것만큼 엄마가 야속한 순간이 있을까. 많은 아이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엄마에게 이끌려 집에 가는 이유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비결은, 지성이가 말을 알아듣는 돌쟁이였을 때부터 '지성이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는 점이다. 지성이가 목마르다고 하는데 물이 없으면 "집에 가서 엄마가 제일 먼저 물 줄게"라고 말하고 실제로 집에 가자마자 물을 가지고 와서 아이에게 주었고, 졸린데도 계속 좋아하는 놀이를 하자고 하면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놀이 하자. 어때?"라고 말하고 정말 다음 날 일어나면 제일 먼저 어제 자기 전에 하던 놀이를 실~컷 하였다. 아침에 출근 준비하느라 바쁜데 '종이 접기 이거 알려주세요.'라고 이야기하면 "지성아, 그거 엄마 회사 다녀와서 오후에 하자."라고 말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까 종이접기 지성이가 하고 싶다는 거 뭐야?"라고 말을 꺼내서 약속을 지켰다. 사소한 약속부터 큰 약속까지 아이와 한 약속은 모두 지키려고 늘 노력했다.
내가 너무 피곤하거나 아파서 "10분만 엄마 누워 있을게."라고 말했다면 알람을 이용해서 혹은 지성이에게 시계바늘을 알려준 뒤 10분 후에 엄마 깨우러 오라고 말해서 진짜 10분만 누워 있다가 일어났고, 닭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는데 이미 밥을 다 준비한 경우 "오늘은 엄마가 이미 저녁을 다 했어. 닭고기는 이번 주말에 사먹자."라고 말했다면 그 주 주말에 닭고기를 정말 사먹으러 갔다.
아마 그렇게 아이는 내 말에 힘을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다. 엄마는 말하면 항상 지키는 사람. 엄마는 내가 무슨 말을 하면 항상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머리에 박혔을 것이다. 나의 말에도 자신의 말에도 서로가 지켜야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익혔을 것이다.
"딱 5분만 놀고 집에 가는거다!"
하고서 5분이 넘도록 집에 가지 않는 엄마가 많다.
"이거 딱 한 개만 먹는 거야."
라고 말하고 아이가 먹으면 마지못해 또 넘어가고
"하지 말라니까 그거 위험해!"
라고 말하면서도 자포자기한 듯 아이의 행동을 절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엄마의 말에 신뢰를 잃어가면 아이는 점점 엄마의 말을 듣지 않는다. 말이란 건 으레 행동과 다른 것이라고 인식해버리는 것이다.
아이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아이가 컨트롤이 잘 되지 않는다면 내 말이 아이에게 신뢰를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나도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아이와 나 사이의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가장 큰 물건이 스마트폰일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실컷 카톡으로 이야기하다가 친구가 어디 간다고 대화가 끊기면 아이한테 "이제 집에 가자!"라고 이야기를 한다든가,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다가 결정을 하고 장바구니에 담고 나서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어! 그거 위험해! 하지 말라니까”라고 앞뒤없이 말할 것이다.
아까는 스마트폰 보느라 아이가 똑같이 위험한 행동을 헀을 때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더니 아이의 행동을 제지한다면 아이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것이다. '아까는 했는데 왜 지금은 안 된다는 거지?' 그 기준이 “아까는 엄마가 못봤잖아”가 된다면?
엄마가 '봤다', '안 봤다'라는 매우 애매한 기준을 내밀면 아이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규칙을 적용해야 하는지 햇갈려서 아예 규칙을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다. 아이와 있을 때에는 스마트폰을 하지 말고 아이에게 집중하자. 아이의 행동을 잘 지켜보면 아이들이 무엇을 재미있어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그런 아이들의 행동과 생각을 기준으로 정하여 규칙을 세우고, 의견을 내자. 그러면 아이들은 곧 잘 나의 말을 따라줄 것이다. 컨트롤이 잘 된다는 건 부모도 아이도 모두가 편하고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