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샤인 연주리 Sep 01. 2019

너희 덕분에 안쓰던 뇌의 기능을 쓰기 시작했다.

나이 들어서 오히려 나의 뇌가 발전하고 있다.

너희는 나를 창의적인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얼마 전 대구가는 기차 안에서 너희를 재울 생각이었는데, 집에서 기차역까지 오는 지하철에서 잠을 자더니 기차에 탈 때는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기차 안에서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도, 뛰어놀 수도 없는 터라 너희들과 놀기 위해 별에 별 생각을 다했다. 그러다가 너희가 자면 기차에서 보려고 의욕넘치게 들고 온 

신문을 펼쳐들고 격파를 시작했다.


한 장 격파, 두 장 겹쳐서 격파, 네 장으로 하는 격파. 네 장으로 격파를 하면서 니들이 좀 어려워하자 이 게임이 곧 끝날것같단 생각에 나는 속으로 머리를 엄청 굴렸지.


‘아 이 다음에는 어떤 놀이를 해야 조용하면서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그러다 내가 준비해온 뻥튀기 과자가 생각났지. 

종이 격파를 끝내고 뻥튀기를 꺼내어서 혀로 눈과 입 부분을 열심히 녹인다. 최대한 웃기게 녹인다. 

그래야 니들이 한 번이라도 더 웃을 테니까. 그런 다음 내 얼굴을 뻥튀기에 가져가면 너희는 너무 좋아한다. 

그리고 뻥튀기를 하나씩 나누어 주면 너희도 열심히 그 작은 혀를 내밀어서 구멍을 내고, 손가락으로 후벼파기도 하고, 엄마처럼 안 된다고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즐겁게 기차에서의 시간이 잘 흘러간다.


나는 또 머리를 굴리지 ‘뻥튀기 다음에는 어떤 재미난 걸 할까?’. 그러다가 기차 안에 있는 색깔놀이를 한다.


기차에서 보이는 빨간색 찾기. 노란색 찾기. 가장 빨리 혹은 가장 많이 말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혼자라면 기차안에서 나의 뇌는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서 쉬기만 했을 것이다. 잡생각을 가끔 하면서 그냥 있었겠지. 하지만 기차 안에 너희가 있어 나의 머리는 창조에 창조를 더해간다.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놀이를 생각하게 한다. 기차색깔놀이라니 다시 생각해도 놀랍도록 창의적이다.이런일은 비단 기차라는 극적인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집에서도 차안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너희도 나도 즉흥적이고 창의적인 놀이를 즐기니까.


완두콩을 사면서도 이걸로 어떻게 하면 즐겁게 놀까? 생각한다. 무엇이든 너희와 재미나게 놀고 싶다.



너희가 없었으면 내 머리에서 창의를 담당하는 부분은 이렇게 활발히 쓰이지 않았을 테지. 

평상시에는 이렇게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일이 좀처럼 없으니까. 너희로 인해서 내 두뇌가 그나마 조금 더 쓸모를 가지게 되었다. 창의적 인재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이라도 너희로 인해서 내 두뇌가 발전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방금 잠든 너희를 보면서 또 생각하지. 

내일 아침에는 칠판에 어떤 말을 써서 너희들을 배꼽 빠지게 만들까? 

너희 덕분에 매일 매일 머리를 많이 사용한다. 


조금은 더 똑똑해 졌겠지? 아마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