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마음에 대하여
마음에 대해 쓰기로 하면서 거짓말이 떠올랐다. 거짓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마음을 생각하면 자꾸 거짓말이라는 주제가 겹쳤다. 닮은 구석이 있었다. 다른 행성에 살지만 같은 별에서 떠나온 것 같았다.
마음은 투명하다. 내 안에 존재하고 존재는 그대로 울려 퍼진다. 손가락을 베듯 즉각 반응한다. 그리고 피보다 빠르게 온 몸을 돈다. 주체에게 한 톨의 자비도 베풀지 않는 이 상상의 장기는 쉼 없이 떠들며 위태로운 순간을 자아낸다. 그대로 주저앉게 하는 연민, 얼굴을 지워버리는 굴욕감, 눈을 크게 뜨게 되는 아득함과 온몸을 간질이며 시작되는 사랑의 시초....... 삶은 위태롭게 붉은 살과 꽃을 피웠다.
하지만 마음은 관계의 게임에서 거듭 고배를 마셨다. 이상하지만, 솔직함도 과하면 병이라고 했다. 어른들의 게임은 점점 마음을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만들었다. 드러내면 약자가 된다고 학습된, 혹은 실제로도 그렇게 되고야 마는 규칙이 더운 공기처럼 통념을 가두고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여전히 마음은 입을 다물 줄 몰랐고 식은땀이 날 때마다 화장실로 달려갔다.
나: 우리끼리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떠들면 어떡해?
마음: 걔가 들으면 왜 안 되는 거야? 난 그냥 평소처럼 말했을 뿐인데.
숨기고 싶었다. 눈치 없이 불쑥불쑥 끼어들어 망치기 일쑤였으니까. 내가 예상했던 바와는 전혀 딴 판으로 흘러가게 만드는 데는 마음을 풀어놓는 일 만한 것이 없었다.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 그날, 그렇게 다그치고 난 후부터 마음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를 멈췄다.
정말 편했다. 나는 상황에 따라 필요로 말하고 행동했다. 마침내 게임은 내 손바닥 위에서 굴러가기 시작했다. 점점 많은 사람이 내 편에서 줄을 당겼고 세상을 얻은 것처럼 자신만만해졌다.
그래도 이따금 나는 구석에 웅크린 마음에게 말을 걸었다. 내 방에서는 족쇄를 풀어줬다.
나: 낮엔 이런 일이 있었어. 근데 내가 왜 그랬을까. 자꾸 생각이 그리로 가.
마음: 그때 넌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사실대로 말했다면 지금 후회하지 않을 텐데.
나: 그랬다면 모두 나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그건 싫어.
과연 마음은 내가 느끼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나의 모든 것은 마음 그 자체였다. 그러나 스스로 다물게 한 마음의 입을 다시 열기란 쉽지 않았다. 게임 속 나는 점점 견고해졌고 마음과 말의 괴리조차 익숙해졌다. 이제는 전부 거짓에 가까웠다. 상황은 웃음에서 웃음으로 이어졌지만 그조차 내 것이 아니곤 했다.
홀로 남을 때는 물컹해진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넣듯 서둘러 나를 끌어안아야 했다. 기다렸다는 듯 마음은 때마다 휘장을 치워 거울을 보게 했다. 이제 웅크린 것은 마음이 아니었다. 해가 내리쬐는 곳에서 나는 부끄러웠다. 저기 팔자 좋게 누워 뒹구는 마음에게 다시 물었다.
나: 왜 내가 거짓을 말하게 그냥 뒀어? 사실은 안 그러고 싶었다는 걸 알았잖아.
마음: 아니, 넌 그러길 원했어.
나: 아냐! 잘해보려고 그런 거지 무엇도 내 진심은 아니었어. 넌 언제부턴가 입을 열지도 않았고.
마음: 저기 미안하지만, 난 지금까지 한 번도 입을 다물어 본 적이 없어. 네가 했던 모든 말은 나를 거쳐갔지.
나: 대체 그게 무슨 얘기야?
마음: 모두 네가 선택한 거라는 말. 넌 나를 그대로, 마음대로 한 거야. 난 너와 늘 함께 있었어.
나: 넌 솔직한 말만 하는 줄 알았는데?
마음: 맞아. 난 너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 그런데 넌 줄곧 날 숨기고 싶어 했잖아.
가면을 쓰는 대신 네가 얻게될 뭔가가 있었겠지.
나: 난... 너무 달콤했어. 너만 무시하면 필요한대로 할 수 있었으니까. 모든 게 순조로웠어.
마음: 거짓말에 빠졌으니까. 투명하게 덧바른 설탕은 혓바닥이 얼얼해져도 핥기를 멈출 수 없지.
결국 그 속에 네 생각과 다른 게 있다는 걸 알았어도 절대 못 멈췄을 거야.
나: 넌 날 말렸야 해.
글쎄, 알다시피 난 널 말릴 수 없어. 모든 건 그대로 드러나지. 난 너 자신이니까.
넌 나인 동시에 거짓이고, 솔직함이야.
그래, 모든 게 자신이지. 거짓말도 너의 진심이란다.
다행히 아무것도 망가지지 않았어. 부끄러워 말고 일어나.
괜찮아. 마음은 늘 여기, 같이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