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럼에도 불구하고 Aug 04. 2022

과학의 산을 넘는 농담

'궤도의 과학 허세', 궤도, 동아시아 서포터즈 서평

<궤도의 과학 허세>, 궤도, 동아시아(2022, 개정판)

유튜브 과학 채널 「안될과학」의 진행자 ‘궤도’가 과학 서적을 출간했다.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에 일러스트레이터 ‘키크니’의 경쾌한 일러스트를 더하여 과학 상식 20가지를 소개한다.


지식을 넓혀가는 일은 그 분야의 고유명사를,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둘씩 알아가는 것이다. 그만큼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때면 낯선 이름들의 산을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과학은 그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이다. 양자역학이니 상대성이론이니 하는 개념들은 귀에는 익숙해도 무어라 설명하기가 쉽지 않고, 암호 화폐와 힉스 입자 등 낯선 용어들은 끊임없이 등장한다. 『궤도의 과학 허세』는 가벼운 농담과 구체적인 예시로 독자들이 과학 용어의 산을 등반하는 것을 돕는다. 언젠가 이 과학 용어들을 다시 만났을 때, 이게 무슨 뜻인지 아냐며 의기양양하게 허세를 부리고 싶을 만큼 한껏 친근하고 발랄한 문장들이다. 각 챕터의 끝마다 놓인 큐알코드는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으로 이어지며 지면에서 미처 풀어내지 못한 상세한 지식들을 전달한다. 평소 과학이 궁금했으나 무엇부터 공부해야할지 막막했던 독자들, 과학 지식을 유쾌하게 접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적당한 책이다.


유쾌함은 불쾌함과 한끝 차이라고 한다. 경쾌함과 경솔함도 마찬가지이다. 『궤도의 과학 허세』는 가볍고 유쾌한 글을 표방하며, 자칫 불쾌를 유발하거나 경솔하게 내비칠 수 있는 부분들을 대부분 유연하고 영리하게 피해간다. 그러나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저자가 116페이지에서 사용한 “빛폭력 불복종 운동”이라는 표현이다. 이 표현의 앞뒤로 “빛의 속도로 때리는”, “참교육” 같은 단어들이 따라붙는다. 본래의 ‘비폭력 불복종 운동’이라는 말의 뜻과 취지와는 정반대되는 용례로, 다소 과격하게 불필요한 변형을 가한 것이 아닌가 싶어 아쉬웠다. 과학 초심자를 위한 경쾌한 가이드북이자 지침서로서 책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지나친 농담에 의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야기하는 우리는 누구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