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농구(NBA) LA 클리퍼스의 닥 리버스(Doc Rivers) 감독은 지난 2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홈경기에서 종료 9.4초를 남기고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이때 클리퍼스는 댈러스에 121대 112로 앞서 있었다. 댈러스의 역전이 불가능한, 승패가 판가름 난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승리가 확정된 팀은 상대팀을 배려해 웬만하면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는다. 이러한 코트의 불문율을 잘 알고 있는 관중들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했다.
리버스 감독은 본부석으로 가 마이크를 잡고는 반대쪽 코트에 서있는 댈러스의 더크 노비츠키(Dirk Nowitzki·41)의 이름을 연호했다. 팬들도, 선수들도 리버스 감독이 작전타임을 요청한 이유를 알게 됐다. 그날 경기는 NBA에서 21 시즌 동안 활약한 독일 출신의 베테랑 노비츠키의 통산 1천500번째 경기였다. 은퇴를 앞둔 그가 LA에서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았기에 리버스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러 경기를 멈추고 그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리버스 감독의 의중을 깨달은 팬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클리퍼스 선수들도 노비츠키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눴다. 노비츠키는 리버스 감독과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노비츠키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처음에는 리버스 감독이 왜 그 시각에 작전타임을 불렀는지 몰랐다. 정말 달콤했고 고마웠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상대팀 댈러스의 릭 칼라일(Rick Carlisle) 감독도 리버스 감독의 배려에 “내가 본 최고의 장면 중 하나다” 라며 감동했다.
우리나라 18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중국에서 열린 2019 판다컵 대회에서 3전 전승으로 우승했지만 중국인 기자가 올린 사진 한 장으로 우승컵을 회수당했다. 한 선수가 의기양양한 자세로 우승컵을 밟고, 다른 선수들은 이를 지켜보며 웃고 있다. 우승컵에 소변을 보는 시늉을 한 선수도 있었다고 한다.
무엇이 이 청소년들을 허세작렬(虛勢炸裂)하게 만들었을까? 작은 것과 큰 것을 차별하는 마음이었을까? 승자독식(勝者獨食)의 특권 때문이었을까? 성공가도(成功街道)가 대도무문(大道無門)으로 보여서 그랬을까?
청소년은 기성세대를 따라오는 그림자다. 사라진 가정교육을 불러내고 무너진 공교육을 다시 세우지 않는 한 오늘의 참회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일 뿐이다. 어김없이 반복된다. 성공한 프로 선수가 음주운전과 도박으로 무너지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정치인과 관료가 감옥행으로 세상의 평판(評判)을 마감한다. 계영배(戒盈杯). 잔의 7부 정도까지 술을 채울 때는 평범하던 술잔이 그 이상으로 차오르게 되면 갑자기 잔속에 있던 술이 한 방울도 남김없이 사라져 버린다. 욕망을 목표로 한 삶도 그렇다.
“늘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 친절과 아량, 포용, 정직, 이해, 공감 등 우리가 칭송하는 인간의 자질이 우리 사회에서는 실패의 속성들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교활, 탐욕, 소유욕, 인색, 자만, 이기심 등 우리가 혐오하는 온갖 특징을 두루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실패자의 자질을 칭송하면서도 성공이라는 결과를 원한다.”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갈등이다.
마음에 타산지석(他山之石)을 새기지 않은 육체는 감옥의 냉랭한 벽 앞에 통곡한다. 세상은 공평하다.